ADVERTISEMENT

코로나로 美항모 멈춰선 자리, 中항모 랴오닝함이 꿰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온 13일, 중국 해군이 이례적으로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의 훈련 상황을 자랑하듯이 소개해 눈길을 끈다.

중국의 첫 항모 랴오닝함이 최근 훈련을 가졌다고 중국 해군이 13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로 미 항모가 멈춰선 것과 대비한 것으로 중국 언론은 랴오닝함이 서태평양에서 기동하는 유일한 항모라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의 첫 항모 랴오닝함이 최근 훈련을 가졌다고 중국 해군이 13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로 미 항모가 멈춰선 것과 대비한 것으로 중국 언론은 랴오닝함이 서태평양에서 기동하는 유일한 항모라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해군의 가오슈청(高秀成) 대변인은 13일 오후 중국 해군의 랴오닝 항모 편대가 최근 연례 훈련 계획에 따라 기동 훈련을 가졌다고 밝혔다. 일본의 미야코(宮古)해협과 바시해협을 거쳐 남중국해 등에서 훈련했다고 소개했다.

미 항모 루스벨트함에서 첫 코로나 사망자 나온 13일 #중국 해군이 이례적으로 랴오닝함 항모 훈련 공개 #서태평양에서 기동하는 유일 항모라는 점 부각 #중국 일각에선 미 항모가 기능하지 못하는 지금이 #대만 무력통일의 가장 좋은 기회란 주장까지 나와

이 과정에서 대만 가까이 항해한 것은 물론이다. 가오 대변인은 이는 계획된 연례 훈련 중 하나로 국제법과 국제관례에 부합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중국 해군은 유사한 훈련을 계속해 항모 편대의 작전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 현재 괌에 정박해 있는 미 항모 루스벨트함에선 13일 첫 사망자까지 나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 현재 괌에 정박해 있는 미 항모 루스벨트함에선 13일 첫 사망자까지 나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군은 대개의 경우 훈련 상황을 밝히지 않고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특수한 때만 이를 공개한다. 이 때문에 13일 가오 대변인이 전격적으로 랴오닝함 편대의 훈련 상황을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고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4일 전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랴오닝함 훈련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건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며 미국의 4척 항모인 루스벨트함과 레이건함, 니미츠함, 칼 빈슨함 등이 기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국 항모의 훈련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취역한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인 산둥함. 중국은 근년 들어 해군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에 맞설 해군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지난해 12월 취역한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인 산둥함. 중국은 근년 들어 해군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에 맞설 해군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신문은 현재 중국의 랴오닝함만이 서태평양에서 제대로 기동하는 유일한 항모라는 점을 부각했다. 신종 코로나로 미 항모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자리를 중국 항모가 꿰차고 들어온 모양새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 노릇 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일각에선 미 항모가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가 대만을 무력 통일할 가장 좋은 기회라는 말도 나왔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래 해군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일각에선 미 항모가 코로나로 기동하지 못하고 있는 이 때가 대만 무력통일의 가장 좋은 기회라는 말도 나온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이래 해군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일각에선 미 항모가 코로나로 기동하지 못하고 있는 이 때가 대만 무력통일의 가장 좋은 기회라는 말도 나온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중국군 훈련을 늘 지켜봐 익숙한 대만도 이번엔 크게 놀라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고 환구시보는 말했다. 대만총통 차이잉원(蔡英文) 판공실의 대변인 딩윈궁(丁允恭)이 코로나가 유행할 때엔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의 안정과 평화부터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게 그 예란 것이다.

중국 해군 관계자는 이번 랴오닝함 편대의 훈련이 갖는 의미와 관련해 중국 해방군이 코로나 방역에 완전히 성공했으며 또 코로나 만연 등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준비 태세가 갖춰진 걸 세계에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미 항모 루스벨트함. 최근 잇단 코로나 환자 발생으로 괌에 정박하게 되자 중국 항모가 훈련을 개시하며 미 항모의 빈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미 항모 루스벨트함. 최근 잇단 코로나 환자 발생으로 괌에 정박하게 되자 중국 항모가 훈련을 개시하며 미 항모의 빈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이 관계자는 “중국 해군은 어떤 경우에도 해상에 강철 만리장성을 쌓아 주권과 영토를 방위할 수 있고 어떤 돌발 사건과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줬다”며 “국내적으론 중국인의 사기를 드높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항모 편대의 사명엔 변화가 없다”며 “대만이 놀라 공황에 빠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랴오닝함이 대만을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대만 독립운동 세력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도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