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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4000만송이 튤립 폐기돼...코로나에 눈물짓는 네덜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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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네덜란드 화훼 농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훼 산업이 각종 기념행사가 취소되고 꽃을 보러 네덜란드에 오는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시장서 튤립 낙찰가격 '0' 나오기도

네덜란드의 튤립 밭에서 사람 간의 거리를 1.5m 유지해줄 것을 당부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네덜란드의 튤립 밭에서 사람 간의 거리를 1.5m 유지해줄 것을 당부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AP=연합뉴스]

13일 뉴욕타임스는 네덜란드 최대의 화훼 및 식물 생산업체 협력업체인 로열 플로라 홀랜드의 국제 판매 담당자인 프레드 반 톨을 인용해 지난 한 달 동안 네덜란드에서 1억 4000만 송이의 튤립을 포함한 약 4억 송이의 꽃이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반 톨 씨는 "코로나바이러스는 튤립 판매를 강타했다"면서 "4주 동안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감소했다"고 말했다. 110년 된 가족 농장인 JUB 홀랜드도 20만 송이나 되는 튤립 줄기를 폐기했다. 생산자와 유통업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화훼 농가 손실 폭은 10%~8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3월~5월은 국제 여성의 날(3월 8일), 부활절(4월 12일), 어머니 날(5월 둘째 주 일요일)이 끼어 있어 네덜란드 화훼 산업이 가장 번창하는 시기다. 튤립 농가들은 보통 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부터 꽃을 내놓는다. 원래대로라면 하루 평균 3000만 달러(약 365억원)의 꽃이 판매되는 시기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로 화훼 농가는 얼어붙었다. 뉴욕타임스는 "네덜란드의 튤립 재배농가들에 올해 3월 13일 금요일은 진정한 '13일의 금요일'이었다"면서 "튤립 줄기가 네덜란드 최대 화훼시장에 등장했을 때, 가격이 계속해서 0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통행은 금지된 가운데 12일 네덜란드의 한 튤립 밭 근처를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원래라면 부활절 주간은 많은 이들이 튤립 밭을 보러 여행을 오는 기간이지만 현재 네덜란드 정부는 집에 머물 것을 권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불필요한 통행은 금지된 가운데 12일 네덜란드의 한 튤립 밭 근처를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원래라면 부활절 주간은 많은 이들이 튤립 밭을 보러 여행을 오는 기간이지만 현재 네덜란드 정부는 집에 머물 것을 권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렇게 네덜란드가 타격을 입은 것은 전 세계의 꽃 가게들이 문을 닫고 기념행사가 취소되면서 급격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소비로 유지되던 관광 수입도 대폭 줄었다. 매년 꽃이 피는 지역의 튤립밭을 여행하는 수백만 명의 방문객들이 네덜란드 여행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화훼 파크도 올해 전 시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단, 네덜란드 내 플로리스트나 가든 숍 같은 소규모 상점들은 고객이 서로 1.5m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상점 직원만 있으면 문을 열 수 있다.

문제는 네덜란드 내보다는 해외 고객들에게 꽃을 파는 국제무역상이다. 네덜란드 현지 고객을 타깃으로 꽃을 파는 재배 농가와 유통업자들은 그나마 꽃과 식물을 판매하고 있지만 국제 무역에 의존하는 화훼업자들은 고객 수요가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화훼 수출회사를 운영하는 얀 드 보어 씨는 "지금까지 계절적 수입의 90%를 잃었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그는 "보통 이맘때면 60명의 정규직 직원이 일하는데 지금은 6명만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는 13일 기준 확진자가 2만5587명 발생하고 273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네덜란드에서 학교·식당·술집·박물관·체육시설·체육관 등은 오는 28일까지 문을 닫는다. 3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6월 1일까지 대부분 금지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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