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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혔던 교회 문 열렸다···부활절 전국곳곳 모여든 교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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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2일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교회 입구에서 교회 관계자가 11시 예배를 보기 위해 예배당에 들어서는 교인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사진 전북도]

12일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교회 입구에서 교회 관계자가 11시 예배를 보기 위해 예배당에 들어서는 교인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사진 전북도]

“발열 체크 좀 할게요. 36.5도 정상입니다.”

전국 교회 2곳 중 1곳 부활절 예배 #대부분 자리이격 등 방역 수칙 지켜 #일부 교회, 지자체 단속요원과 마찰도

12일 오전 10시 30분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교회. 교인들이 11시 부활절 예배를 보기 위해 삼삼오오 교회로 모이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한 교회 관계자들이 입구에서 이들을 맞았다. 체온계를 이마에 대거나 귀에 꽂아 체온을 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교회 관계자는 이상이 없는 교인 이름을 관리 대장에 적은 뒤 예배당 안으로 들여보냈다. 교인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손 소독제를 바르고 예배당에 들어갔다. 예배당 안에서는 각자 1~2m씩 떨어져 앉아 예배를 봤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 한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교인들이 2~3m씩 간격을 띄워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전북도]

전북 완주군 운주면 한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교인들이 2~3m씩 간격을 띄워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 전북도]

 12일 전국 교회 곳곳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서 상당수 신도는 방역 수칙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전국 자치단체는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예배를 보면 출입 전 발열 체크, 손소독제와 관리대장 작성, 예배 시 1~2m 자리 이격 등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이날 전국의 중·대형교회 6곳을 현장 점검한 결과 이런 수칙을 그런대로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9시 30분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있는 한 교회는 한 달 만에 문이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문을 닫았다가 부활절을 맞아 다시 연 것이다. 이 교회는 아침부터 장로와 집사 등 십여 명의 교회 관계자들이 정부가 정한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따르느라 애쓰는 듯했다. 교회 문 앞에 마련된 2개의 테이블 위에는 손 소독제와 출입자 명부가 놓여 있었다. 이 교회의 한 장로가 예배를 보러 온 신도들의 열을 체크하면 또 다른 장로가 “손 소독제를 바르고 출입자 명부에 성함을 적어달라”고 외치는 상황이 30분가량 지속했다. 신도들은 교회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열을 체크한 뒤 손 소독제를 바르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한 뒤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12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열린 온라인 부활절 예배에서 마스크를 쓴 신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를 유지하며 예배를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열린 온라인 부활절 예배에서 마스크를 쓴 신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를 유지하며 예배를 하고 있다. 뉴스1

 교회가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잘 따르는지 점검하기 위해 시청 공무원과 경찰관이 현장에 나와 있어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 이 교회의 한 신도는 “정부가 유독 교회에 대해서만 예배 금지를 장려하고, 엄격하게 점검하는 것 같아 불편한 심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규칙에 잘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는 신도 1300여명 가운데 150여명만 참석했다. 이들은 2m씩 간격을 띄워서 앉아 예배를 봤다. 부산시는 이날 1756곳 중 952곳(54.2%)에서 예배가 열린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교회는 5~6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의 양쪽 끝만 예배지정석으로 표시했다. 교회 관계자는 예배지정석에만 앉도록 안내했다.

 경남은 지난주에 도내 2585개의 교회 중 1148곳(44.4%)에서 현장 예배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와 시군이 1659명을 투입해 점검한 결과 방역수칙을 어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경남도 관계자는 “상당수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도 어린이나 노약자 등은 가정예배를 유도해 예배보는 인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집합 종교행사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1~12일 이틀간 종교시설을 특별점검했다. 지난 11일 신천지 교회와 관련 시설 44곳을 점검한 결과, 모두 폐쇄 상태를 유지했다. 이날 예배가 예정돼 있었던 하나님의 교회 등 종교시설도 집합행사를 갖지 않거나 개최 시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종교시설 준수사항을 잘 이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부활절에는 예배를 개최할 곳으로 파악된 363개 교회에 대해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단 작성 등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 중이다.

부활절인 12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서울시의 집회 금지 명령과 고발에도 주일예배가 강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활절인 12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서울시의 집회 금지 명령과 고발에도 주일예배가 강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청주 상당교회도 부활절을 맞아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교회에 들어서자 출입구 2곳에서 교회 관계자가 각각 10명씩 팀을 짜서 통제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송문규 장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출입을 금지하도록 했다”며 “원래 예배가 끝나면 교회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청주 상당교회가 현장 예배를 하고 있다. 좌석에는 2m 간격으로 파란색 테이프를 붙였다. 최종권 기자

12일 청주 상당교회가 현장 예배를 하고 있다. 좌석에는 2m 간격으로 파란색 테이프를 붙였다. 최종권 기자

 2200석의 예배당은 약 400명의 신도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긴 나무 의자에는 2m 간격으로 파란색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테이프가 붙은 곳에만 서서 기도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앉을 수 있는 자리가 5분의 1로 줄었다. 앞 뒤 간격을 벌리기 위해 한 줄씩 띄어 앉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하도록 했다.

 반면 이날 일부 교회에서는 단속요원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교회에서는 공무원들이 1m 남짓 간격으로 교회 입구를 따라 인간 띠를 둘러 교인들의 출입 자제를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도가 확성기를 들고 고성을 지르거나 현수막을 빼앗으려고 하는 등 강경하게 항의했다. 수차례 고성이 이어지며 소음 피해를 호소한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수칙을 어겨 서울시가 지난달 23일 집회금지 명령을 내린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12일에도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이 교회의 담임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목사다. 서울시는 교회 관계자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이날 사랑제일교회·금란교회·연세중앙교회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형교회 24곳에 현장점검을 나갔지만 사랑제일교회에서는 교회 신도 등의 강한 반발로 내부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1200여 명 정도가 모인 것으로 추정한다"며 "3주째 집회금지 명령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칙을 잘 지키는 곳도 있었다.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의 신촌성결교회 앞에는 오전 11시 예배를 앞두고 마스크를 한 교인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 교회는 2월 마지막 주부터 온라인 예배만 하다가 지난주부터 현장 예배를 병행하고 있다. 이날 교회를 찾은 교인은 평소의 5% 정도였다. 미리 현장 예배를 신청한 교인들은 로비 접수처에서 명단을 확인하고 체온을 잰 뒤 예배당에 들어갔다. 교회 관계자는 “예배 공동체의 중요성 때문에 교회에 나오길 원하는 분들이 있다”고 현장 예배 재개 이유를 밝혔다.

12일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 접수 데스크. 손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현장 예배 신도 명단 등이 놓여 있다. 최은경 기자

12일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 접수 데스크. 손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현장 예배 신도 명단 등이 놓여 있다. 최은경 기자

 접수처에서는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제공했다. 교회 안 카페는 2월 둘째 주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교회에 현장점검을 나온 마포구 관계자는 "신도 간 거리 간격 띄우기 등이 잘 지켜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창원·완주·부산·대구·청주=위성욱·김준희·이은지·김정석·최종권 기자, 최은경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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