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단체조직죄' 조주빈에 적용? 檢, 10대 공범 빈틈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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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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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유현정 부장검사)은 조씨의 구속기한 만료일인 13일 그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약 2주간 매일 조사를 진행했던 수사팀은 이번 주말은 소환 조사 대신 기소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검찰에서 대질조사 받으면서 공범을 처음 봐”

가장 관심을 받는 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 여부다. 이를 적용하면 조씨와 공범들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엄벌 여론을 고려해 수사 초기부터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리를 따져왔다.

그러나 조씨와 공범들은 입 맞춰 서로를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 측 변호인은 “성폭행을 공모했다는 공범과 1시간가량 대질조사를 받았는데, 조씨는 그때 그를 처음 봤다고 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에서 별명으로만 불렸기에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는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또 변호인은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고도 했다. 지휘‧통솔체계가 없었다는 뜻이다.

2017년 대법원은 그동안 조직폭력배들에게 적용되던 범죄집단 조직죄를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인정했다. 이로 인해 조직 총책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으며 보이스피싱 범죄 사상 국내 최고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전화 상담을 맡은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조직원 78명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과연 ‘박사방’ 공범들에게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까.

조직원 서로 몰랐대도 범죄단체 인정

조주빈과 공범들. 연합뉴스

조주빈과 공범들. 연합뉴스

설령 조직원이 누군지 몰랐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범죄단체로 판단했다. 당시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일했던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 전체 구성원과 사기 범행을 공모하거나 분담한 사실이 없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은 각각의 역할을 하는 공범 사이에서도 서로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는 점조직의 형태로 범행이 이루어진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보이스피싱 단체성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건 ‘통솔체계’…“현재로써는 무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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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범죄단체로 인정받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통솔체계’를 갖췄는지라고 설명한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들과 상담원들, 현금 인출책 등으로 구성되어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췄다”고 봤다.

그러나 현재까지 언론에 알려진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사방 운영자들 사이에 통솔체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뚜렷한 상하 조직 체계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면 비록 비중이 작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무거운 처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도 신중히 고려한다”며 “현재로써는 범죄단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사방 일당, 범죄단체 아닌 범죄집단으로 봐야”

다만 ‘범죄단체’가 아닌 ‘범죄집단’으로 볼 경우 통솔체계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형법 114조는 2013년 개정되며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만 해당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단체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위험성이 큰 범죄집단을 처벌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한 것”이라며 “개정 후 범죄집단으로 기소된 사건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범행을 도모하는 것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는데, 이전의 범죄단체에 적용된 대법원 판례를 박사방에 적용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대 공범들, 수사 과정에서 허물어질까 

텔레그램 '박사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모(18)군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텔레그램 '박사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모(18)군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의 지속적 수사로 공범들에게서 유의미한 진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승 연구위원은 “공범 중 10대들이 약한 고리일 수 있다”며 “검찰 조사에 임하는 태도가 아무래도 성인과 같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사방 유료회원 출신 운영진으로 활동하다 ‘태평양원정대’란 성착취물 공유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 이모(16)군이 지난달 구속기소 됐고, 박사방 참여자를 모집 및 관리하고 범죄수익금을 조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부따’ 강모(18)군도 9일 구속됐다.

검찰이 일단 조씨를 아청법 위반 등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기고, 공범 수사를 통해 추가로 범죄단체 조직죄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신민영 형사전문 변호사는 한 방송에서 “일단 조직범죄 같은 경우 아무리 자기들끼리 말을 맞췄다 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한두명 정도는 반드시 허물어지는 사람이 나온다”며 “이를 토대로 수사기관이 나머지 사람들의 진술을 모아 박사방의 전모를 그려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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