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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고 카페에 다닥다닥···봄볕에 풀린 사회적 거리두기

중앙일보

입력

10일 낮 12시30분쯤 직장인과 시민들이 서울 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10일 낮 12시30분쯤 직장인과 시민들이 서울 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10일 낮 12시30분 서울시청 인근 덕수궁 돌담길은 한 손에 커피, 다른 한 손에 외투를 든 직장인들로 빼곡했다.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명대로 확 줄어든 날이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9일까지 연장한다고 했지만, 이날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그런 지침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커피를 마시느라 마스크를 턱에 걸친 사람에,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직장이 인근에 있다는 박모(42)씨는 “마스크는 가지고 나왔는데 점심 먹고 다시 쓰기 귀찮아서 벗고 있었다”며 “주위에 안 쓴 사람도 많고, 이제 안 써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기업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 풍경도 비슷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이 꽤 밀접하게 붙어 벚꽃과 봄 햇살을 즐겼다. 아예 돗자리를 펴고 직장 동료들과 컵라면이나 샌드위치를 먹는 팀도 있었다. 인근 여의도공원에도 무리 지어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직장인 김모(35)씨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점심을 먹고 어디로 이동을 못 해서 소화도 제대로 못 시켰었다”며 “이제 날도 풀리고, 코로나도 확산세가 크게 줄어서인지 구내식당보다 밖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하자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쩍 줄어든 직장인들의 사회적 거리

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날씨도 따뜻해지고 코로나 확산세도 꺾이면서 직장인들의 ‘사회적 거리’가 부쩍 줄어들고 있다. 가벼운 옷차림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점심 식사 후 산책을 하거나, 테이크아웃 카페에서 다닥다닥 줄을 길게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불과 1주 전만 해도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시청 인근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25)씨는 “맨날 회사 안에서 믹스커피만 타서 먹다가 꽤 오랜만에 점심 먹고 자주 가던 커피숍에 온 것”이라며 “이제 이 정도 외부 활동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추위와 코로나 때문에 비어 있던 건물 외부 흡연 공간에도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이날 오후 서울 서소문 인근의 한 외부 흡연 공간은 담배를 피고 있는 직장인들로 비어있을 새가 없었다. 담배를 피느라 당연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장인들의 사회적 거리는 2m 지침이 무색했다.

“거리두기, 이해하지만 지쳤다”  

10일 서울 서소문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후연 기자

10일 서울 서소문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후연 기자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정부 지침에 대해 이날 직장인들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조금 지쳤다”고 토로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덕분에 코로나 확진자 수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몇달 동안 코로나의 감염 공포와 엄격한 통제 속에서 회사를 다니느라 지쳤는데 산책이나 흡연에서까지 엄격하게 사회적 거리를 지키라고 한다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자를 들고 다니며 2m를 잴 수도 없고, 다들 어느정도 조심하고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일에도 시청역 인근 작은 약국 앞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스크를 사러 나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놀랐다”며 “아무리 날이 풀리고 코로나가 주춤한다고 하지만 그런다고 긴장을 풀 게 아니라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나”라고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남은 잔불 잡기 위해 조금만 더”  

정부에서도 조금만 더 사회적 거리두기에 신경 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번 주에 신규환자 수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 신호이지만,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아직 3000명 이상이 치료를 받는 데다가 사망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남아 있는 잔불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 끈기를 갖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조정관은 “이번 주 50명 이내로 발생한 확진자 추이가 주말을 지나 다시 증가하는 일이 없도록 모두 함께 힘을 보태야 할 때”라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과 꽃구경 명소, 선거 유세 장소, 부활절 종교행사에서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연·남수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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