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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 피면 불 안난다? 요즘 산불이 옛말 비웃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전국에 건조 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주말을 앞두고 산림 당국이 산불 예방을 당부하고 나섰다. 불씨 하나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 산림 전체를 태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일 오전 11시15분쯤 경북 청송군 파천면 옹점리 국유림에서 불이 났다.  남부지방산림청은 헬기 11대와 공무원,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등 인력 130여명을 투입해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전 11시15분쯤 경북 청송군 파천면 옹점리 국유림에서 불이 났다. 남부지방산림청은 헬기 11대와 공무원,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등 인력 130여명을 투입해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전국에서 275건의 산불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53건이 산불로 처리됐다. 나머지 109건은 산불로 확대하기 전 사전 차단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전국에서 327건의 산불이 발생, 320㏊의 산림이 불에 탔다.

서울·경기·강원 등 전국에 건조특보 발효중 #11일 제주·남해안 일부 지역 5㎜ 안팎 예상 #산림청, 드론·헬기·진화인력 등 집중적 투입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농산물 폐기물 소각과 입산자의 실화, 산림과 인접한 장소에서 불씨가 번져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강원도 삼척 등 전국에서 9건의 산불이 발생, 5건은 당일 진화됐지만 4건의 산불은 다음 날인 5일이 돼서야 진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건조한 날씨에다 강풍까지 동반해서였다.

산림청은 11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강원도 영동지역 등 일부 지역에 비 소식이 예정돼 있지만, 산불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판단하고 있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와 남해안이 5~20㎜, 나머지 지역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 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산림청 내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를 방문해 박종호 산림청장으로부터 대형산불 방지대책 및 피해복구 현황 설명을 들은 뒤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산림청 내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를 방문해 박종호 산림청장으로부터 대형산불 방지대책 및 피해복구 현황 설명을 들은 뒤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산림청은 지난 3일 오전 9시를 기해서는 산불재난 국가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다시 상향 발령하기도 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열흘째 건조경보가 발효 중인 점을 고려,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씨 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2005년 발생했던 강원도 양양 산불과 지난해 강원도 일원에서 났던 대형 산불이 모두 4월에 집중됐던 점도 산림 당국을 긴장하게 하는 이유다.

과거에는 ‘아카시아 꽃이 피면 산불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나무가 물을 머금어 수분 함량이 많아지고 녹음이 짙어진 이후에는 산불이 나지 않고 발생하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일 낮 12시39분쯤 강원 영월군 주천면 도천리 야산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낮 12시39분쯤 강원 영월군 주천면 도천리 야산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5월을 넘어 6월까지도 산불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불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림청 등 산림 당국은 산불 발생 차단과 조기 진화를 위해 인력과 장비를 취약지에 집중적으로 배치할 방침이다. 우선 공무원 600명과 특수진화대 400명, 예방진화대 9000명 등 1만여 명을 산불 진화에 동원한다. 산불 진화 차량 1200여 대와 진화 헬기 168대도 배치하기로 했다.

상습 무단 진입지역과 산불 사각지대에는 드론(98대)을 배치, 불법 행위자를 단속할 예정이다. 불법 소각이 빈번한 시간에는 산림특별사법경찰 등 단속 인력도 집중적으로 투입기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매우 건조한 상태로 작은 불씨 하나가 온 산을 태울 수도 있다”며 “주말 동안 입산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장비와 단속인력을 투입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식목일을 맞아 1년 전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를 방문해 재조림지에 금강소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식목일을 맞아 1년 전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를 방문해 재조림지에 금강소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산림청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불 피해지 조림현장을 비롯해 올해 전국에서 남산 면적의 77배에 달하는 2만3000㏊에 5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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