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인데 아직 철거도 못해”…몸도 마음도 지친 강원산불 이재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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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강희철(66)씨의 주택. 강씨의 주택은 아직까지 철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강희철(66)씨의 주택. 강씨의 주택은 아직까지 철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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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인데 불에 탄 집 철거도 못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쉴 수 있을까요.” 강원 고성·속초, 강릉·동해, 인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지 1년. 당시 산불로 사상자 3명과 이재민 1524명이 발생했다. 570억원에 달하는 성금이 모이고 5개 시·군은 특별재난지역이 됐지만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상당수 주민은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1년 세월 흘렀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해 #모여 살던 가족 산불에 뿔뿔이 흩어져 생활

 지난 2일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에서 만나 강희철(66)씨는 지난해 4월 4일 산불 당시 다 타버린 주택을 1년이 넘도록 철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철거 과정에서 이웃집 주택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철거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산불로 집이 전소하기 전에는 297㎡ 규모 주택에서 아들 부부와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산불로 집을 잃으면서 졸지에 이산가족이 됐다.

 아들 부부는 새로 집을 얻었고 강씨 부부는 임시조립주택인 24㎡(약 7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1년 가까이 살고 있다. 강씨는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는 것도 힘든데 이런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몰라 더 답답하다”며 “철거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 제대로 된 집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했다.

언제 끝날지 몰라 더 답답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강원 속초시 영랑호 주변 소나무가 모두 불에 탔다. 현재 영랑호 주변은 벌채와 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강원 속초시 영랑호 주변 소나무가 모두 불에 탔다. 현재 영랑호 주변은 벌채와 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강원 속초시 영랑호 주변 소나무가 모두 불에 탔다. 현재 영랑호 주변은 벌채와 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강원 속초시 영랑호 주변 소나무가 모두 불에 탔다. 현재 영랑호 주변은 벌채와 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박진호 기자

 인근 봉포리 주민 박춘희(75)씨도 아직 임시조립주택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박씨는 그나마 오는 6월께 새집이 완공된다. 하지만 산불 당시 99㎡ 규모의 주택과 33㎡의 창고가 모두 타 새로 집을 짓고 농기계를 사기 위해 1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박씨는 “이번 산불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보상금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액수가 많지 않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걱정”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다.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3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강원지역 산불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또 658가구 1524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불에 탄 산림은 2832㏊에 달하고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을 합해 1295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복구를 하는 데만 2031억원이 들어간다. 산불 피해 복구는 총 9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현재 복지시설, 수산, 이재민 구호 등 3개 분야는 복구가 완료된 상태다. 나머지 주택·부속사, 농·축산, 관광·체육, 산림, 폐기물, 수질보전 등 6개 분야는 진행 중이다.

 주택과 부속사 분야는 복구대상 주택 416채 중 96채는 복구를 마쳤다. 141채는 복구에 들어갔거나 설계 중이다. 하지만 나머지 179채는 아직 복구 절차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이재민이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귀가자는 430가구 982명(64%)에 달한다. 273가구 609명은 임시조립주택에서, 157가구 373명은 임대가정에서 생활 중이다.

산림복구 2022년까지 모두 마칠 계획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한 강원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주택. 산불이 발생한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철거조차 하지 못했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한 강원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주택. 산불이 발생한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철거조차 하지 못했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주택. 산불이 발생한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철거조차 하지 못했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주택. 산불이 발생한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철거조차 하지 못했다. 박진호 기자

 잿더미로 변한 산림 복구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피해가 컸던 고성군 토성면 일대 산은 벌채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돼 대부분이 민둥산으로 변해있다. 마을 주변 곳곳에 불에 타 잘려나간 나무가 쌓여 있었고 아직 벌채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곳은 검게 그을린 나무가 그대로 남아있다. 속초시 영랑호 주변 곳곳에도 검게 그을린 지름 40~50㎝의 소나무가 잘려 쓰러져 있다. 현장에서 만난 산불감시원 정용화(77)씨는“예전처럼 울창한 숲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20년은 지나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까지 2581㏊ 중 1651㏊(64%)는 벌채를 완료한 상태다. 또 344㏊는 벌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2022년까지 산림 복구를 끝낼 계획으로 현재까지 200㏊ 조림을 마쳤고, 올해 921㏊, 2021년 708㏊, 2022년 587㏊ 등 3년 안에 산림 복구를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보상 문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한국전력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이재민들은 보상금 산출에 문제가 있다며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피해액 12억원인데 보상금 3억원 결국 소송나서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강원 속초시 영랑호 주변 주택 여러채가 불에 탔다. 이 주택들은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4월 4일 발생한 산불로 강원 속초시 영랑호 주변 주택 여러채가 불에 탔다. 이 주택들은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박진호 기자

 속초시 노학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송지헌(42)씨는“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며 “피해액이 12억원인데 손해사정 실사 확정액이 4억7000만원, 여기에 60% 보상 요율을 적용하면 최종 보상금은 3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올 초 행정안전부가 관련법에 따라 특별심의위원회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공문으로 전하면서 보상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황이다.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하면 한전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원한 부분을 제외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게 돼 결국 이재민들이 받는 보상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에 따라 이재민들은 강원 산불 1년을 앞두고 지난 1일 산불 피해 지역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구상권 문제에 대해 행안부는 왜 확실한 답을 주지 않고 있느냐”며 불만을 표현했다. 이에 진영 장관은 “이재민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 자르듯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지혜를 모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고성·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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