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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차장에 멈춘 그랜저…고등부장 전용차 38년만에 폐지

중앙일보

입력

한 시청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관용차들. 해당 사진은 기사랑은 상관 없음. [중앙포토]

한 시청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관용차들. 해당 사진은 기사랑은 상관 없음. [중앙포토]

법원 주차장을 가득 채운 검은색 그랜저 차량 대부분이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행정에 관한 상설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는 9일 5차 회의를 열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전용차량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전용 차량은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의 대표적 혜택이었다. 이 제도는 38년 전 법관관용차량관리규칙이 제정된 뒤 별다른 수정 없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난 5일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자체가 없어지며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전용차량도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법원장과 각급 기관장 등의 전용차량은 업무수행을 위해 유지하기로 했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약 130여대의 고법부장 이상 법관 전용차량 중 80여대가 줄어들 것이라 보고 있다. 구체적인 시행시기와 방법은 5월 6차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전용차량 폐지 부정적이던 대법원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고등부장 차량 폐지에 애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지난해 국회에서 올해 예산안을 제출할 때도 고등부장 판사 전용차량 임차료를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2019년보다 10억원 증액해 요청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던 모습. [뉴스1]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던 모습. [뉴스1]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이 문제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법원은 전용차량을 폐지할 의사가 없느냐"고 질문하자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법관에 대해서 어떤 예우를 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에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백 의원이 조 처장에게 "운전기사 중에 가장 편한 직종이 고등 부장판사의 운전기사라고 한다. 고등부장 판사들 대부분이 서초동에 살아 출퇴근이 30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 처장은 "운전기사들이 출퇴근 운전업무 외에 일과시간 중에 다른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고법 부장판사 운전기사들의 연봉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량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각급 법원 지하주차장에 멈춰서 있다. 판사들이 법원에 출근하면 움직일 일이 거의 없어서다.

혜택의 이름만 바뀐다는 지적도

법조계에선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 폐지 결정을 '눈 가리고 아웅'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검사장 전용차량을 폐지하는 대신 검사장에게 명예퇴직수당을 주기로 했다. 법원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전용차량을 폐지하게 되면 기존 고법부장 판사들에겐 '보상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그 부분은 논의된 사항"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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