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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하드 바꿔치기 실토한 증권사PB "교체 중 조국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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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정경심 교수의 영장 ‘발부’를 시점으로 그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우상조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정경심 교수의 영장 ‘발부’를 시점으로 그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우상조 기자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지시로 정 교수의 집과 교수 사무실에서 하드디스크 등을 바꾸고 컴퓨터를 반출한 혐의를 받는 자산관리인(PB)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7일 오후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김경록(38)씨의 재판을 열었다. 김씨는 남색 외투를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변호인과 함께 법원에 출석했다.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읽자 김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답했다. 다만 범죄의 수와 관련해 일부 다툴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법정서 공개된 CCTV, 하드디스크 교체 시 조국 전 장관도 집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어진 증거 조사에서 검찰은 김씨가 찍힌 정 교수의 자택 엘리베이터 CC(폐쇄회로)TV 등을 공개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8월 말 두 차례 정 교수 집을 찾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이후 김씨는 정 교수와 함께 경북 영주의 동양대 사무실로 가서 정 교수의 컴퓨터를 들고나온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8일 김씨가 정 교수의 집을 찾았을 때의 CCTV 화면을 시간 순서대로 법정 실물화상기에 보여줬다. CCTV 화면에는 김씨가 전자상가에서 교체할 하드디스크를 사서 아파트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5분 뒤에는 조국(55) 전 장관이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이 잡혔다. 조 전 장관은 약 한시간쯤 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밖으로 나왔다.

이날 공개된 검찰 신문조서에 따르면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로부터 ‘압수 수색에 대비하려고 한다, 하드를 교체해 달라’는 지시를 받았고, 정 교수 자택 근처에서 하드디스크를 구매해 교체했다”고 진술했다. 또 정 교수 자택에서 하드디스크 교체 중 조 전 장관을 만나 인사를 나눈 사실도 밝혔다. “정 교수가 ‘수사가 끝나면 하드를 다시 설치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조 전 장관의 아들이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도 공개됐다.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24)씨는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돌아가는 김씨에게 “형, 이거 하나 구매하면 될 거 같아요. 내일모레 배송인데 엄마가 괜찮대요”라며 컴퓨터 저장장치(SSD)를 인터넷으로 구매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김씨측 “PB와 VIP 고객 지위 고려해달라”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소환된 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 모습. [중앙포토]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소환된 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 모습. [중앙포토]

김씨측은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겠다며 다만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증거 은닉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김씨의 나이, PB라는 직업과 VIP 고객인 정 교수의 지위 및 관계를 고려해달라고도 호소했다. 덧붙여 기소된 김씨의 죄 숫자가 불분명하다며 방어권 보호 차원에서 이를 분명히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아울러 피고인 신문도 요구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주장한 법리나 판례에 대한 의견서를 추가로 내겠다며 “피고인이 수사에 협조한 것을 적극 검토해 양형 자료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씨의 다음 기일은 5월 22일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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