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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 조정관 "손녀 40도 고열에도 트럼프·펜스 때문에 못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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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벅스 백악관 신종 코로나 조정관이 6일 브리핑에서 거리 두기 준수를 강조하면서 "주말 손녀딸이 40도 고열이 났는 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못 갔다"고 소개했다.[EPA=연합뉴스]

데보라 벅스 백악관 신종 코로나 조정관이 6일 브리핑에서 거리 두기 준수를 강조하면서 "주말 손녀딸이 40도 고열이 났는 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못 갔다"고 소개했다.[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데보라 벅스 백악관 신종 코로나 대응 조정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주말에 손녀딸이 40도 고열이 났는데도 당신 둘 때문에 보러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과 함께 백악관 태스크포스팀을 이끄는 두 명의 전문가 중 한 명인 그가 매일 브리핑을 함께 하는 미국 정·부통령의 건강을 우려해 아픈 손녀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염 내과의지만 국가 지도부 건강 우선 #'거리 두기' 지침 준수 위해 '희생' 강조 #"딸에게 손녀 폐 소리 듣는 법 가르쳤다"

벅스 조정관(64)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민에 "1.8m 거리 두기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 하면서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내 생후 10개월인 손녀딸이 이번 주말에 화씨 105도(섭씨 40.5도)까지 열이 났다"며 "나도 의사지만 지침 준수를 위해 갈 수가 없었다"고 했다. 대신 "내 딸에게 손녀딸의 폐 소리를 어떻게 들어야 할지 가르쳐주려 애썼다"고 말했다.

옆에 서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어 "정말 안 갔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나는 당신 둘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며 "우리나라 지도자가 이런 종류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훌륭하다"며 "손녀는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기들은 흔히 그럴 수 있지만, 매우 겁나는 일"이라며 "나도 이 때문에 며칠 밤을 지샐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신종 코로나가 아니라) 소아 장미진(풍진)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벅스 조정관은 "이는 우리가 모두 희생하고 있는 것에 관한 일화"라며 "우리가 모두 거리 두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촉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염 내과의인 벅스 조정관은 백악관 조정관에 임명되기 전 2014~2020년 미 국무부에서 특임 대사로 미국의 글로벌 에이즈 퇴치 조정관으로 일해왔다. 1983~1986년 임상 면역학과 진단학 전문의 과정을 이수할 땐 파우치 박사 연구소에서 일한 적도 있다.

그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 한두주 동안은 식료품점·약국도 가지 말라""식료품점을 갈 때는 가족 중 한 명만 가라"고 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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