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2학년 원격수업은 EBS·학습지로···맞벌이 부부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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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강원도교육청이 온라인 수업 시범 학교로 지정한 강릉시 한솔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강원도교육청이 온라인 수업 시범 학교로 지정한 강릉시 한솔초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초‧중‧고가 9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는 가운데, 5일 교육부가 초등 1·2학년 대상 원격수업 방안을 마련했다. 발달 단계상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기 어려운 초등 1·2학년은 컴퓨터·노트북 대신 EBS방송과 학습지를 활용해 재택수업을 돕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TV‧학습지도 아이 혼자 공부하기는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고 걱정했다.

이날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에 따른 초등 1·2학년 원격 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PC 등 각종 온라인 기기를 통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EBS방송과 학습지를 재택수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3차에 걸친 휴업 명령을 통해 개학일을 이달 6일로 옮겼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자 대면수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온라인 개학은 9일 중3‧고3을 시작으로 16일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 20일 초등 1~3학년 순서로 진행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원격교육 기반 구축 협력을 위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가진 면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원격교육 기반 구축 협력을 위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가진 면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우선 초등 1·2학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 EBS를 시청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채널 접근성을 용이하게 했다. 6일부터 초등 1~2학년 대상 EBS방송을 케이블(EBS 플러스2) 외에 지상파(EBS 2TV)로 확대한다.

방송에는 국어‧수학과 같은 교과뿐 아니라 ‘미술탐험대’ ‘야옹 클래식’ ‘소프트웨어야 놀자’ 등 통합교과‧창의적 체험 활동까지 포함됐다.

현재 광주‧대구‧충북 등에서 실시 중인 학습꾸러미 활용 원격수업도 17개 시도로 확대하기로 했다. 학습꾸러미 원격 수업은 초등 저학년의 특성을 고려한 학습지를 우편으로 보낸 뒤, 담임교사가 보호자 상담을 통해 학습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단계적 온라인 개학 방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단계적 온라인 개학 방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출석은 학부모와 담임교사 간 학급방 댓글, 문자 메시지로 하고, 평가는 방송‧학습지 활용 활동에 대해 등교개학 후 학생부에 기록하기로 했다. 초등 1학년의 경우 ‘TV보고 한글 따라 쓰기’ ‘숫자 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활동을 제공하고 등교 후 이를 평가하는 식이다.

이같은 교육부의 방안에도 불구하고 현장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선 여전히 온라인 개학에 대한 우려가 줄지 않고 있다. TV‧학습지를 통한 수업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아무래도 초등 저학년 학생이 혼자 학습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38‧서울 은평구)씨는 “PC나 태블릿으로 수업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적지만 TV로 애니메이션만 보던 아이가 수업을 얼마나 집중해 들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도 “초등 1·2학년은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기보다 교사와의 상호작용과 조작‧활동을 통해 배우는 게 더 많은 시기”라며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건 알지만, 솔직히 TV 수업이 얼마나 도움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종교육청 전체 초·중등 교원 대상 원격수업 연수 완료  (서울=연합뉴스) 세종시교육청이 온라인 개학에 따라 원격수업을 해야 하는 시내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나흘간 원격 수업 플랫폼 활용 연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사진은 원격수업 연수 중인 세종교육청 관내 교사들. 2020.4.3  [세종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종교육청 전체 초·중등 교원 대상 원격수업 연수 완료 (서울=연합뉴스) 세종시교육청이 온라인 개학에 따라 원격수업을 해야 하는 시내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나흘간 원격 수업 플랫폼 활용 연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사진은 원격수업 연수 중인 세종교육청 관내 교사들. 2020.4.3 [세종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정환경에 따라 학습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초등 2학년 아들을 둔 김모(37‧경기 광명시)씨는 “TV로 수업을 진행해도 초등 2학년 아이가 혼자 TV를 켜고 수업 듣는 건 불가능하다”며 “결국 부모가 옆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온라인 개학을 하면 지역‧학교‧교사‧가정에 따라 학습 능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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