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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 유아돌보미 수당’ ‘전국민 전과 말소’ 튀는 공약들…희화화 논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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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서 오후 3시~7시 어린이집에 가서 유아들을 돌보면서 돌보미 수당을 지급해 할머니의 용돈 수입을 보장한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4·15 총선 한국복지당 공약 중 일부다. ‘경로당 회장에게 월 30만원, 총무 월 10만원의 수당 지급’, ‘노인들에게 월 2회 무료 입욕권 제공’ 등의 내용도 있다. 지역구 후보 1명과 비례대표 후보 4명이 출마한 한국복지당은 ‘노인들의 노후가 행복한 세상’을 강조하며 노인복지 공약을 쏟아냈다.

이번 총선에선 정당 투표가 실시된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35개 정당이 후보를 냈다. 그렇다 보니 유권자들의 눈길을 끄는 맞춤식 이색 공약들도 적지 않다.

충남 선관위 공무원이 48.1cm의 길이의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 선관위 공무원이 48.1cm의 길이의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원외 정당인 홍익당은 공소시효 폐지를 공약으로 냈다. ‘범죄행위에 대해선 언제라도 처벌받는다는 원칙을 확립함으로써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통일민주당은 정책 1순위 공약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료 제로(0)’를, 코리아당은 ‘족보종친회청 설치 및 무상이용 빌딩 제공’을 내걸었다.

국민참여신당은 국민 화합을 위해 살인죄를 제외한 국민 모두의 전과기록 말소를 제안했다. 민중당은 국공립대학교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서울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녹색당은 동물권 보장을 위해 동물을 산 채로 조리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군소 정당은 확고한 지지층을 못 가지다 보니 타깃층을 분명히 해 어필할 수 있는 공약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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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공약은 거대 양당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4호 공약으로 ‘국민 건강 인센티브 제도’를 내놨다. 해당 제도는 체질량지수(BMI)·혈압·혈당 관련 목표치를 달성한 국민에게 건강 포인트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포인트는 건강식품·운동용품 구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왼손잡이를 위한 공약을 내걸었다. ‘왼손잡이 기본법’을 제정해 매년 8월 13일을 왼손잡이의 날로 지정하고,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겠다는 것이 요지다. 정당의 튀는 공약과 관련해 포퓰리즘 정치라는 비판도 있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선거 이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황당 공약까지 경쟁적으로 내는 것은 정치의 희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일훈·김홍범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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