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비중 30% 상한제(CAP)' 규제에서 벗어났다. 그간 주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인식되던 변수가 사라진 만큼 향후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2일 한국거래소는 코스피200 지수와 KRX300 지수의 구성 종목 산출 시 적용했던 '시총 30% 캡'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코스피200을 구성하는 종목 중 1개 종목의 시총 비중이 30%를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장치다. 주가지수가 특정 종목에 휘둘리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로, 지난해 6월 도입됐다.
거래소의 '시총 캡' 폐지는 지난 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된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동안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 공모펀드는 특정 종목 비중이 30%를 넘지 못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이 규정을 폐지했다.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이 30%를 꾸준히 웃도는 점도 한몫했다. 삼성전자에 '시총 캡'이 적용될 경우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로 하는 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을 강제로 30% 이하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31일 기준 코스피200 내 삼성전자 비중은 33.07%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설치된 기. 연합뉴스
거래소는 다만 해외에는 관련 펀드 규제(비중 제한 20~35%)가 많은 점을 고려해 국가별 규제 요건에 부합하는 해외용 지수를 병행 산출할 방침이다. 도종숙 거래소 인덱스관리 2팀장은 "해외 시장에 코스피200을 활용한 상품이 상장할 땐 해외 규제가 있어 캡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용자에게 지수 선택권을 주자는 차원에서 국내와 해외로 이원화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오는 22일까지 의견 수렴에 나선 뒤 주가지수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개선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기보단 하락 압력이 없어진다고 보는 게 맞다"며 "당초 ETF 같은 패시브 펀드에서 비중 조절로 인해 최대 1조5000억원가량 매물이 나올 수 있단 예측이 있었는데, 이런 부정적 이슈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스마트폰 등 사업부문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총 캡 폐지) 조치에 따른 주가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