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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 선원 추방, 한국 결정 매우 우려” 서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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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엔 산하의 북한 인권 담당자가 지난해 벌어졌던 북한 선원 강제송환에 대해 “한국 정부의 결정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서한으로 정부의 입장을 공식 문의했던 것으로 1일 파악됐다.

정부 “귀순 진정성 없었다” 답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28일 한국 정부에 문의서한(allegation letter)을 보내 “심각한 인권 침해가 종종 일어나는 북한에 선원 두 명을 송환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송환 결정의 법적 근거 등을 요청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북한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에 국제인권단체들이 비인도적 처사로 강경 비난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이번엔 유엔 차원에서 강제송환에 대한 ‘조사’를 연상케 하는 공식 행동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향후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이 서한에 대한 답변서를 지난 2월 28일 전달했다. 정부는 답변서에서 “(북한 선원 2명이) 나중에 귀순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남측 군 당국에 나포될 당시 경고 사격에 도주하는 등 귀순의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탈북 선원 추방한 정부 “그들의 현재 상태는 모른다”

또 “남북 사이에 재판 지원 부족과 증거 획득의 어려움으로 적절한 재판을 보장하기 어려운 데다 재판 관할권 행사가 오히려 남측 국민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헌법 등 국내법뿐 아니라 한국이 가입한 인권 관련 국제조약도 검토했지만, 북한 선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은 없었다”고 알렸다.

이는 심각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러 난민으로 볼 수 없고, 복수의 사람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라는 점에서 고문위험국가로 추방을 금지한 고문방지협약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또 답변서에서 북한의 어떤 당국이 이들을 인도받았는지와 현재 이들의 상태는 파악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북한에도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과 유사한 내용으로 긴급 탄원(urgent appeal)을 발송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정부에 정식 공문을 보낸 것은 2016년 2월 15일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마르주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은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범죄인인도조약을 문의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 선원 2명은 지난해 8월 청진항을 출항해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폭언과 구타에 불만을 품고 선장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일 동해상에서 나포됐는데, 정부는 나포 5일 만인 7일 이들을 판문점을 통해 추방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선원 추방 결정은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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