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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될까봐"… 이란, 종이 매체 인쇄‧배부 금지까지

중앙일보

입력

중동 국가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큰 이란 당국이 다음 달 8일까지 신문‧잡지와 같은 종이 매체의 인쇄와 배부를 금지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는 종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신 이 기간 매체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보도가 이뤄진다.

4월8일까지 온라인 보도만 허용 #"종이 매체 65종류, 인기 많아" #자리프 장관 트위터에 美 저격 글

31일(현지시간) 호주 매체 캔버라타임스 등 외신은 이란 IRNA통신 보도를 인용해 이란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조 기간에 종이 매체의 인쇄와 배부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에선 약 65종류의 신문과 잡지가 발행되며 이란 내에는 종이 매체의 인기가 매우 높다.

보호복을 입고 구급차 안에 앉아 있는 이란 의료진.[로이터=연합뉴스]

보호복을 입고 구급차 안에 앉아 있는 이란 의료진.[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당국 관계자는 “보건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4월 8일까지 종이 매체는 인쇄되지 않고, 기사가 온라인에만 게재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30일 기준 이란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전날보다 3186명 증가해 4만1495명을 기록했다. 하루 확진자가 지난달 19일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병한 이후 가장 많이 나왔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117명 늘어 275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27일부터 나흘째 감소 추세다.

자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가운데서도 이란 당국은 연일 미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9일 트위터에 “미국은 사보타주와 암살도 모자라 경제 제재를 넘어 신종 코로나 위기 속에선 의학 테러리즘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리프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미국 비난 글.[자리프 장관 트위터 캡처]

자리프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미국 비난 글.[자리프 장관 트위터 캡처]

이어 “의학 테러리즘은 전쟁에서도 허용된 수준조차 뛰어넘는 전쟁 범죄다. 패륜적인 미국의 불법 제재에 더는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주장하는 의학 테러리즘이란 신종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뜻한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신종 코로나 대처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그에 앞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 이란의 지도층 역시 미국 탓에 자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에 지난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재는 식품‧의약품‧의료장비 등 인도적 물품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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