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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방향 잃은 실물경제…기업 체감경기 11년 만에 최저치

중앙일보

입력

기업의 체감 경기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부품 수급은 원활하지 않고,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다. 수출길이 막혔지만 언제 뚫릴지 판단이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을 넘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접어든 여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20년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3월 제조업 업황 BSI는 56으로 전월 대비 9포인트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됐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1월 76이었던 제조업 업황 BSI는 2월 65로 급락했고, 한 달 만에 또 한 번 앞자리를 바꿨다. 다음 달 업황 전망 BSI(54)도 전월 대비 15포인트나 하락했다.

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는 지표로 100이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100보다 작으면 업황이 나쁘다는 기업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달엔 제조업·비제조업, 대기업·중소기업, 수출기업·내수기업 구분할 것 없이 상황이 심각하다고 봤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7포인트)·중소기업(-12포인트), 기업형태별로 수출기업(-9포인트)·내수기업(-10포인트) 모두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기타기계·장비(-16포인트), 자동차(-15포인트), 1차금속(-11포인트) 등의 낙폭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설비 및 운송 장비 설비 수주가 감소했고, 자동차 부품 판매도 부진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버팀목 제조업 업황 BSI 급락.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 경제 버팀목 제조업 업황 BSI 급락.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제조업도 도소매업(-14포인트), 정보통신업(-21포인트), 전문·과학·기술(-20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업황 BSI가 53으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2015년 6월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소비 등 내수 부진 여파로 건설 설계와 감리 수주가 줄고, 이벤트·행사 관련 광고 대행 수주 역시 감소했다. 다음 달 전망지수도 52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낮아졌다. 매출과 채산성, 자금 사정 모두 비관적인 응답이 많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 달 전보다 18.5포인트 하락한 78.4를 나타냈다. 2009년 3월(7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하락 폭은 2008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가계와 기업 등 주요 경제 주체가 코로나 19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과 소비자의 종합적인 경제 인식을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23.5포인트나 하락한 63.7을 기록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은 200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ESI는 2017년 이후 내내 100 아래에서 횡보하다 지난해 8월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가 심리를 완전히 꺾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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