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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입원보다 퇴원환자 많아진다, 삼겹살에 맥주 소망이 곧 현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월 25일.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4주간의 의료봉사를 마친다.

칠곡 경북대병원 김미래(60) 간호사

점차 입원하는 환자보다 퇴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낮과 밤을 망라하고 수시로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가 시민의 맘을 불안하게 하고 문밖을 나서기 두렵던 2~3주 전과 다르게 이런 소리도 점차 잦아든다.

한 가족이 모두 감염된 환자들도 퇴원하고 3주간 입원 후 결과를 기다리던 환자들도 감사하는 마음을 손편지로 건네며 병원 문을 나선다. 한 완치 환자가 퇴원하며 51병동 간호사들에게 준 편지에는 “예민한 환자의 수많은 말 감내해주며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적혀 있다.

요양병원 집단감염으로 확진 받은 환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우울한 상태였지만 병실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 [사진 김미래 간호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 [사진 김미래 간호사]

전 세계적인 유행병에 앞장서 고생하는 후배들과 함께한 시간이 내 인생에 큰 교훈과 선물을 안겨줬다. 죽음이라는 공포 앞에서 나 하나라도 동참해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후배들. 고민 끝에 늦게라도 참여하게 됐다는 비슷한 연배의 간호사, 대형병원 입사 대기자인 새내기 간호사는 중국 우한에서 유학 중인 동생을 생각해 늦게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어머니와 함께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한다.

업무에 혼선으로 갈등이 많았던 날들....이제는 간호부 이외 임직원들은 병실 내 화장실 청소와 샤워실 청소 등을 정기적으로 분담해 간호 일손을 덜어 주고 필요 물품과 후원품 관리, 방역 담당 등 각자 분장된 일을 잘 맡아주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구는 많은 지자체의 협조와 타 지역에서 온 의료봉사자들로 조금씩 희망이 보이지만 또 다른 집단감염이 생길까 매일 아침 통계를 보면서 안도와 걱정을 반복한다. 타 지역에도 더 이상확산되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 크다.

328운동과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 팬데믹 현상에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지침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멀리 미국과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처음엔 나를 걱정하느라 안부와 응원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3월 둘째 주가 지나면서 이런 걱정과 안부는 내가 친구들에게 전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먼 나라지만 우리나라가 안정된다면 돕고 싶은 심정이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51병동 간호사들에게 환자가 보낸 손 편지.[사진 김미래 간호사]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51병동 간호사들에게 환자가 보낸 손 편지.[사진 김미래 간호사]

오늘로 1차 투입된 민간 자원봉사자들 몇 명은 소임을 다하고 봉사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남아 있는 병원 직원들은 이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답답한 보호구속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간호사도 사람이고 이 상황이 두렵다. 시간이 갈수록 얼굴에 영광된 상처가 남고 적군들이 눈앞에 서성거려도 오로지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가족을 떠올리며 굳건하게 또 버틴다.

엄마가 만들어 주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생각난다는 간호사, 맛있는 삼겹살을 구워 먹고 친구들과 노닥이면서 맥주 한 잔 마시며 봄나들이하고 싶다는 간호사들. 모두가 곧 현실이 될 소망을 이야기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는 손길로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을 소화해낸다. 정치와는 무관하고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하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탓에 우리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때도 물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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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신이 내려준 전문 직업인이고 그 소명을 다 하려 오늘도 코로나19와 싸우며 하루를 보낸다. 어려운 시기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자랑스러운 대한의 역군들이다.

전국에서 온 국민의 후원품으로 매일이 따뜻했고 응원의 메시지로 힘을 얻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직원들과 51병동 식구들, 아직도 병상에서 힘들어하는 환자분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완전소멸할 때까지 맞서 잘 이겨 나갑시다.

또 한 편의 역사를 만들며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 너무 사랑하고 우리 식구들 모두 화이팅! 봄은 반드시 오기에 우리는 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다.

정리=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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