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들을 이음새가 드러나지 않게 붙여 마치 영화 전체가 하나의 숏처럼 보이도록 만든 〈1917〉은,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영화 전체가 명장면이다. 로저 디킨스의 신묘한 카메라가 빚어낸 이 영화의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기법은, 2시간의 러닝타임을 거대하고 강렬한 하나의 이미지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테크닉이다. 하나의 숏 안에서 전개되는 기승전결의 이야기와 압도적인 풍경과 역동적인 스펙터클. 하지만 그 시작과 끝은 의외로 한적한 느낌, 즉 나무에 기대어 앉은 병사의 모습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나무 밑에 두 병사가 있다.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와 스코필드(조지 맥케이). 이때 상관이 다가와 블레이크에게 임무가 있으니 한 명 더 데려오라고 하자, 그는 스코필드와 함께 간다. 간단한 줄 알았는데,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영국군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막중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두 사람. 천신만고 끝에 임무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블레이크는 전사했다.
그리고 스코필드는 다시 나무로 다가간다. 블레이크를 매우 닮은, 장교로 복무중인 고인의 형에게 동생의 죽음을 알린 후, 그는 마치 추모라도 하듯 나무로 다가간다. 그리고 첫 장면과 같은 포즈로 나무에 기대앉지만, 그곳에 블레이크는 없다. 하루 전에 함께 했던 전우의 부재. 이처럼 전쟁의 비극성을 담담하면서도 가슴 저리게 보여주는 장면은 흔치 않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