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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191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숏들을 이음새가 드러나지 않게 붙여 마치 영화 전체가 하나의 숏처럼 보이도록 만든 〈1917〉은,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영화 전체가 명장면이다. 로저 디킨스의 신묘한 카메라가 빚어낸 이 영화의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기법은, 2시간의 러닝타임을 거대하고 강렬한 하나의 이미지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테크닉이다. 하나의 숏 안에서 전개되는 기승전결의 이야기와 압도적인 풍경과 역동적인 스펙터클. 하지만 그 시작과 끝은 의외로 한적한 느낌, 즉 나무에 기대어 앉은 병사의 모습이다.

1917 - 그영화이장면

1917 - 그영화이장면

영화가 시작하면 나무 밑에 두 병사가 있다.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와 스코필드(조지 맥케이). 이때 상관이 다가와 블레이크에게 임무가 있으니 한 명 더 데려오라고 하자, 그는 스코필드와 함께 간다. 간단한 줄 알았는데,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영국군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막중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두 사람. 천신만고 끝에 임무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블레이크는 전사했다.

그리고 스코필드는 다시 나무로 다가간다. 블레이크를 매우 닮은, 장교로 복무중인 고인의 형에게 동생의 죽음을 알린 후, 그는 마치 추모라도 하듯 나무로 다가간다. 그리고 첫 장면과 같은 포즈로 나무에 기대앉지만, 그곳에 블레이크는 없다. 하루 전에 함께 했던 전우의 부재. 이처럼 전쟁의 비극성을 담담하면서도 가슴 저리게 보여주는 장면은 흔치 않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