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시, '소상공인 금융' 5조원 확대...대출 속도 10일 내로 단축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7일 오후 종로구 서촌 골목의 한 가게가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을 걸어놨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7일 오후 종로구 서촌 골목의 한 가게가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을 걸어놨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모(43)씨는 지난 20일 아침부터 밤까지 손에서 전화기를 놓지 못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서울신용보증재단에 상담신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화를 걸때마다 모든 “상담원이 연결 중”이라는 목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정씨의 가게 매출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당장 이번 달 임대료부터 메워야 해 급한 돈이 필요했다. 궁여지책으로 고정 지출을 줄이려 아르바이트생 4명을 내보냈다. 대신 정씨가 직접 아침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가게에서 일했다. 가게를 비울 수 없어 대출 상담을 위한 은행 방문은 그림의 떡이었다.

정씨는 “당장 자금이 급한데 신용보증재단은 연락조차 되지 않아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매출이 줄어서 아르바이트생을 대부분 내보낸 상황이라 대출 상담을 위해 가게를 자주 비울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뉴스1

서울시는 이 같은 애로사항에 부딪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긴급자금대출 절차를 대폭 축소하고 신용공급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대출 상담신청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까지의 과정을 10일 이내로 단축하고, 신용공급 규모도 기존 3조8050억원에서 5조900억원으로 늘어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민생금융혁신대책’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소상공인이 신속히 경영 안전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 그림의 떡이 아니라 내 손안의 떡이 되도록 하겠다”며 “보증 상담부터 대출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 단축해, 자금 신청 후 열흘 안에 통장에 입금될 수 있도록 하는 ‘열흘의 약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서울시는 신용공급 규모를 기존 3조 8050억원에서 5조900억원으로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1조2850억원이나 늘어났다. 서울시 중소기업육성자금 2조1050억원과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신용보증을 통한 대출 지원 2조9850억원으로 운영된다.

또한 대출절차 간소화를 위해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시중은행 사이의 협업체계도 생긴다. 기존 대출상담 신청 보증심사는 모두 서울신용보증재단으로 몰린 탓에 처리속도가 늦어졌다. 앞으로는 시중은행이 대출상담 업무를 맡고, 신용보증재단은 보증심사업무에 집중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마련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4월 초부터 564개 지점에 ‘서울시 민생혁신금융전담창구’를 열고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을 배치한다. 서울시는 서울신용보증재단에 은퇴한 금융인 등 300명의 단기 기간제 사원을 고용해 보증 심사 업무에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기업은행 동대문지점의 기업영업 담당 창구를 찾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정용환 기자

지난 20일 기업은행 동대문지점의 기업영업 담당 창구를 찾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정용환 기자

대책이 마련되면 약 2개월가량 소요된 대출상담과 보증업무 처리 기간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밀려 있는 상담 신청과 보증심사 건수는 지난 18일 기준 3만405건인데, 이를 4월 중순까지 모두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신용보증 재단이 보증심사에만 집중하는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 심사 처리속도를 다섯배 빨라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과 신용보증재단을 여러 번 찾아야 하는 불편함도 없어진다. 서울시는 민생혁신금융 전담창구에서 상담과 신청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원스톱 패키지’가 마련한다. 대출을 위해 기존 평균 3, 4회 은행과 신용보증재단을 방문하는 것을 최대 두 번까지 줄일 수 있도록 절차가 대폭 생략된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