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는 가운데 중국은 승리의 팡파르를 울린다. 시점은 4월 18일 전후로 지난 3월 초 열려다 연기한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개최를 통해서다.
3월 초 열려다 미룬 중국 연례 정치행사 #4월 18일 전후해 개최할 것으로 알려져 #주제는 ‘공산당 영도로 코로나 싸움 승리’ #시진핑 주석 리더십 부각에 초점 맞출 것 #회의 기간 줄이고 연로한 대표 초청 안해 #개혁개방 이래 최대 경기 부양책 발표 #2020년 '빈곤과의 싸움' 승리 의지 표명
양회는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로, 매년 3월 3일 국정 자문회의 성격의 정협 회의에 이어 5일엔 우리의 국회 격에 해당하는 전인대(全人大) 회의를 개최한다. 두 행사를 통해 중국은 지난해 국정 상황을 점검하고 새해 국정 방침을 결정한다.
그러나 올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악화하자 중국 당국은 지난 2월 양회 연기를 발표한 바 있다. 이제 중국 국내 상황이 안정됨에 따라 그 행사를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건 이번 행사가 신종 코로나 싸움에서의 승리 선포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대략적인 양회의 시점과 주제, 진행 방안 등이 결정됐다고 한다. 시점은 우선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열린 한 달 뒤인 4월 18일 전후로 잡혔다.
주제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 하에 신종 코로나와의 인민전쟁(人民戰爭)이 승리로 끝났다’는 걸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것이다. 중국 역사상 아주 특수한 시기에 특수한 상태에서 열리는 국가 회의라는 점도 부각할 예정이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 아래 중국 인민이 신종 코로나를 물리쳤다는 정치 행사를 순조롭게 열기 위해 개최 장소인 베이징에 대한 최근 방역 작업은 마치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 때 이상으로 대폭 강화됐다.
중국 당국은 우선 경제 활동 재개 여부와 관련해 중국 권역을 크게 셋으로 나눴다. 첫 번째가 여전히 방역의 중점 구역으로 지정하는 곳인데 여기엔 발원지 후베이(湖北)성과 베이징 두 지역만 포함됐다.
두 번째는 낮은 위험 지역으로 여기선 경제 활동을 전면적으로 재개한다. 세 번째 중간 위험 지역은 방역과 생산을 상황을 봐가면서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베이징을 후베이성과 같은 수준으로 올려놓고 방역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이 민항국(民航局) 등 5개 부문을 동원해 23일을 기해 사실상 베이징 하늘길을 막은 것도 4월 열리는 양회 준비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역유입 확진 환자를 차단하는 의미도 있지만,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력 부각에 초점이 맞춰질 양회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 이에 따라 25일부터는 베이징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목적지 불문하고 집중적으로 격리해 관찰과 핵산 검사를 시행한다.
양회에 참석하는 5000여명의 인사는 4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엄격한 검역과 건강 검사를 거치며 베이징에서 약 2주간 격리 생활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2주간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을 때 비로소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이번 양회엔 이 같은 검역 상황 등을 고려해 연로한 특별 대표와 해외 대표 등은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올해 94세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원로의 불참이 예상된다.
회의에선 신종 코로나라는 국난(國難)을 맞아 숨진 열사와 동포를 먼저 기리고, 이후 코로나 극복에 큰 공을 세운 부문과 개인에 대한 표창이 이어진다. 또 1분기 동안 거의 멈춰선 중국 경제를 재가동하기 위해 개혁개방 이래 최대의 부양책이 선포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2020년 중국이 달성하고자 한 역사적 목표인 빈곤 타파의 싸움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하게 된다. 양회는 보통 10일에서 길게는 2주 정도 지속하나 올해의 경우엔 비교적 짧게 일주일 안에 끝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양회는 4월 25일을 전후한 시점에 폐막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하늘길과 육상 교통 또한 이때부터 정상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이어 5월 1일 노동자의 날 연휴를 계기로 전국을 축제 모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25일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春節, 설) 연휴를 신종 코로나 사태로 완전히 망친 걸 보상하는 의미가 있다.
세계 각국이 중국에서 처음 시작한 신종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제 중국은 혼자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