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오가는 통근버스, 소독하고 마스크 써도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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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수도권 집으로 가기위해 통근버스로 향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수도권 집으로 가기위해 통근버스로 향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과 정부세종청사·충북혁신도시 등을 오가는 공공기관 통근버스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종청사 공무원 36명 코로나 감염 #하루 38대가 수도권서 청사 운행 #혁신도시 공공기관은 중단 ‘난색’ #충북도 “강제적 취할 조처 고민”

수도권과 세종시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에서는 24일까지 해양수산부 등을 중심으로 3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24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관리본부)에 따르면 세종청사와 수도권을 오가는 버스는 평일(화~금요일) 기준 38대(45인승)다. 이를 이용하는 공무원은 약 1000명이다. 이 버스는 세종청사에서 사당·양재·잠실·불광·목동·동대문·신도림역 등 서울 시내 지하철역과 김포공항·구리·인덕원역 등 경기지역으로 향한다.

관리본부는 통근버스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버스 별로 하루에 두 차례 소독하고, 승차하는 공무원은 이동 중에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토록 했다. 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통근버스 이용자가 다소 줄기는 했다”며 “정부가 재택근무 등을 권장하고 있지만, 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수도권과 세종청사 간 통근버스를 운행해 왔다. 운행 대수는 2013년 88대에서 2014년 67대, 2015년 61대, 2016년 57대, 2017년 52대, 2018년 36대 등으로 점차 줄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통근 버스 운행에 들어가는 예산은 2012년 5억8300만원, 2013년 74억5300만원, 2014년 99억6300만원이었다. 지난해 69억500만원에서 올해 76억1200만원으로 늘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총 운행비는 약 675억이다. 통근버스 운행을 놓고 세금 낭비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충북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은 충북도의 통근버스 운행 중단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충북도 성일홍 경제부지사는 지난 18일 충북혁신도시발전추진단에서 혁신도시 입주 11개 공공기관의 부기관장을 만나 “지역 주민이 불안해한다”며 통근버스 운행 중단을 요청했다. 앞서 이시종 충북지사도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통근 직원이 임시 숙소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충북혁신도시 공공기관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직원(26·여)이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충북 혁신도시 내 11개 공공기관 직원 3468명 가운데 1362명(39.3%)이 수도권 등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 부기관장들은 “운송업체와 연간 계약했기 때문에 통근버스 운행 중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기관마다 이미 30~50% 인력을 재택근무하도록 해 버스당 10~20명만 타고 다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인재개발원과 법무연수원 기숙사를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 직원이 함께 사용하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모든 기관으로 번질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취할 조처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방현·최종권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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