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처벌' 거론에 의협 "정부와 지자체 토사구팽, 의료인 철수 권고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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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두번째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30일 오후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두번째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정부와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견된 의료 기관에 대한 법적 조치를 거론하자 대한의사협회가 "현장 의료진의 철수를 권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사협회는 23일 ‘배은망덕한 토사구팽, 즉시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제히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과실로 돌리고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을 운운하며 책임을 전가한다"며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놨더니 짐 보따리 찾아내라는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앞서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코로나19 관련 감염예방지침을 어긴 일부 요양원과 의료 기관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을 거론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요양원·요양병원 전수조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견되자, 병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부 지자체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일부 명단을 누락한 병원에 대해 고발을 검토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감염예방지침을 위배한 요양병원ㆍ요양원은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귀책사유에 따라 환자 치료비에 대해 구상권 청구까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지난 18일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명단 일부를 누락한 분당제생병원에 대해 “중대한 방역법 위반 사항”이라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뒤, 닷새 뒤인 23일 고발 결정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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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정부는 1월 말부터 대한의사협회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감염원 유입을 차단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9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 수와 100명이 넘는 무고한 국민의 죽음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방역에 실패했지만 사회 질서 유지와 피해 최소화로 우리나라가 국제적 모범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민이 솔선수범하고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몸을 아끼지 않은 덕”이라며 “의료진이 감염 위험에도 자발적으로 나서고, 의료기관이 휴업과 폐쇄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이러한 토사구팽을 자행한다면 대한의사협회도 더 이상은 의료인과 의료기관들에 솔선수범을 요청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제는 스스로 보중(保重)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자원하고 있는 의료인의 철수를 권고하고, 코로나19 사태를 오로지 국공립의료기관과 보건소의 힘으로 극복하도록 할 것”이라며 “민간의료기관은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오직 내원과 입원환자 및 소속 의료인의 보호에 충실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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