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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하루 475명 사망 대혼돈···'외출한 죄' 처벌 4만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응급요원들이 환자를 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응급요원들이 환자를 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유럽 내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에서 하루에 475명이 사망하면서 역대 최대 사망자가 발생했다. 장갑을 끼지 못하고 신종 코로나 환자를 돌보던 의사가 사망하고, 의료진들의 확진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루 사이 475명 사망에 ‘대혼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날 대비 사망자가 475명 늘어나며 역대 최고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코로나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는 2978명으로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 수도 하루 사이 4207명이 늘어나 총 3만5713명으로 집계됐다.

18일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지역인 트리에스테에서 이탈리아 군인이 국경을 넘으려는 시민들을 검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지역인 트리에스테에서 이탈리아 군인이 국경을 넘으려는 시민들을 검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또 이날 이탈리아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정부의 방침을 어겨 적발된 사람이 4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칠리아주 시아카에서는 신종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은 한 남성이 자가격리 중 쇼핑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남성은 결국 명령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최대 1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장갑 부족” 맨손 투혼 의사 사망  

특히 이날 이탈리아 신종 코로나 최대 확산지인 북부 코도뇨에서 일하던 의사 마르셀로 나탈리(57)가 최근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는 양성 판정을 받은 뒤 크레모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밀라노의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나탈리는 최근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용 가능한 장갑이 없어서 맨손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이탈리아 볼료나의 드라이브스루 검사소에서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이탈리아 볼료나의 드라이브스루 검사소에서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의료재단 조사에 의하면 17일 기준 전국적으로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 또는 간호사 수는 2629명에 달한다. 이는 전국 누적 확진자 수(3만1506명)의 8.3%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제 베르가모 지역 내 600명의 의사 가운데 110명이 격리 중이거나 입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의료 현장에서 배제돼 의료진 부족 사태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코로나 사태가 가장 심각한 롬바르디아주 병원의 중환자 병상은 800여개에 불과한데, 긴급 치료를 요하는 중증 환자는 1000여명을 넘는다.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공호흡기 등의 필수 장비 부족은 북부 전역에서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주 주지사는 “이 상태로 가면 조만간 신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노숙자 격리’ 영국 ‘전국 휴교령’

유럽 내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유럽 각국의 조치도 보다 정교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프랑스는 수도 파리와 툴루즈에 각각 오는 19일과 25일 노숙인 격리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주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거리를 방황하는 노숙인들로 인해 코로나가 추가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18일 프랑스 파리의 한 약국 앞에 노숙인이 앉아있다. 프랑스는 이날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노숙인이 신종 코로나의 새로운 감염원이 될 수 있다고 우려, 파리와 툴루즈에 임시 격리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18일 프랑스 파리의 한 약국 앞에 노숙인이 앉아있다. 프랑스는 이날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노숙인이 신종 코로나의 새로운 감염원이 될 수 있다고 우려, 파리와 툴루즈에 임시 격리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비교적 미온적 조치를 취해오던 영국도 오는 20일부로 전국에 휴교령을 내렸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지역 정부는 중앙 정부에 앞서 휴교령을 발표했다. 이번에 내려진 전국 휴교령은 추가적인 공지가 나올 때까지 지속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휴교에 들어가지만, 아이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은 노약자와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모두가 불필요한 모임 및 술집, 음식점 방문을 계속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준 유럽의 국가별 누적 확진자 수는 ▷이탈리아 3만5713명 ▷스페인 1만4769명 ▷독일 1만2327명 ▷프랑스 9134명 ▷스위스 3028명 ▷영국 2642명 ▷네덜란드 2056명 ▷오스트리아 1646명 ▷노르웨이 1577명 ▷벨기에 1486명 ▷스웨덴 1279명 ▷덴마크 1115명 등이다. 프랑스는 이날 하루 1404명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한국의 확진자 수(8413명)를 추월했다. 또 유럽 전 지역 누적 확진자 수가 8만8000명으로 집계되면서 중국의 누적 확진자 수(8만894명)를 넘어섰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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