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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진칼 대표이사 "3자연합 결국 돈…조원태 16년 경영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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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단독 인터뷰 

18일 오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에서 한진칼 석태수 부회장이 한진그룹의 경영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진칼

18일 오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에서 한진칼 석태수 부회장이 한진그룹의 경영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진칼

“과거의 흠집을 공격하는 3자 연합은 교각살우(矯角殺牛ㆍ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석태수(65) 대표이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이은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ㆍKCGIㆍ반도건설)의 공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3자가 연합한 동기는 결국 한진칼의 경영권을 장악해 궁극적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라며 “자본 집약적이면서도 노동 집약적인 복잡한 항공 운송업은 재무제표로 이해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운항, 정비, 객실 등 복잡한 기능을 통합해 관리 하기 위해선 현장의 경험과 시간, 노하우가 필요하단 뜻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자 연합을 구성한 것에 대해선 “안타깝다”며 “언젠가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에서 석 대표이사를 만나 오는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가처분 신청과 상대를 공격하는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이 돼가고 있다. 한진 측이 보는 3자 연합 주장의 맹점은.
“첫째는 사람이 행동하고 말할 때 의도나 동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3자가 연합한 동기는 돈을 벌겠다는 거 아닌가. 장기 투자가 아닌 펀드 특성상 가급적 빨리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회사를 공격해 약탈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해 수익을 내겠다는 그런 의도나 동기가 과연 우리 한국 사회나 국민 눈높이, 일반 주주 입장에서 봤을 때 이해하고 지지할 만한가 묻고 싶다. 두 번째는 경영을 어떻게 하겠다고 내세운 사람의 구성이다. 분명 면면을 볼 때 장점을 가진 분들이지만, 지금 과연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한 수송 물류 그룹을 끌고 나가는데 전문성과 역량이 있을까. 제가 보기엔 훌륭한 분들이지만 이 복잡한 상황을 끌고 가기엔 미흡하다. 회사의 장기 발전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실력이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항공산업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떤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건가.
“제조업처럼 공장 안에서가 아니라 전 세계로 흩어져 길을 개척하고, 사람과 물류를 이동하는 산업이다. 소위 말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적용되는 산업이 아니다. 양자주의(Bilateralism) 국가 간 상호 교환하는 산업이다. 꼭 상대방이 있다. 미국에 가면 미국 항공사와 우리 간 상호주의 때문에 파트너가 있다. 업계 간 경쟁도 하지만 협조하는 네트워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관계가 중요하고 고객 접점 산업이다. 국제 관계까지 얽혀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단기간에 책 좀 보고 될 수가 없는,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산업이란 뜻이다.”
델타항공이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홈페이지 캡쳐

델타항공이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을 알렸다. 홈페이지 캡쳐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를 자처한다. 얼마나 단단한 파트너인가.
“델타항공과의 관계는 기간으로 봐도 오래됐다. 스카이팀 창설 때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가 주축이 됐다. 노선 스케줄 교환이나 이익 교환 정도로는 얼라이언스(동맹)가 성공 못 한다. 상호 간의 신뢰가 전제가 안 되면 단기 이익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파트너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였고, 그래서 델타를 선택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양사 간 최고위층에서 말단까지 소통과 협업을 통한 긴밀한 신뢰 관계를 쌓았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한진에서 요청했나.
“요청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동맹이고 양사는 조인트 벤처를 이미 하고 있다. 같은 편을 지원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지분 투자를 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3자 연합이 주장하지만, 델타항공은 다른 나라 항공사 지분에도 많이 투자했다. 미국 항공사는 지분 투자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한 철학으로 삼는다. 자본 관계도 투자를 해서 가야 더 단단히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가 간 항공 권익을 대표하는 항공사가 경쟁하고 협조하면서, 더 큰 파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내셔널 플래그 캐리어(한 국가의 대표 수송회사)’이다. 회사의 이익보다는 공공성과 사명을 위해 움직인다. 신입사원 때부터 회사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다.”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석 대표이사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00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장을 거쳐 2003년엔 미주지역 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한진, 한진칼, 한진해운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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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도 오랜 기간 봤겠다. 조 회장의 경영 능력과 장점은.
“조양호 회장이 조원태 회장을 후계자로 16년 동안 훈육하고 트레이닝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봤다. 옆에서 보면 민망할 정도로 혼나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봤다. 경영자는 책임감 있는 자리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늘 강조하셨으니까. 어려서부터 배운 책임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장점이다. 또 수송 보국이란 창업 이념의 철학을 이해하는 부분을 누가 따라가겠나. 코로나 19사태가 시작될 때 중국 우한행 비행기를 탄 것도 책임감 때문이다.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오너가 있지만, 이사회가 있고, 30년 이상 훈련된 전문가가 층층이 있는 조직이 한진그룹이다. 서로의 역할을 하나로 묶고 드림팀을 만드는 게 조 회장의 역할이다. 선대 회장의 원칙과 기준에 더해 직원에 대한 배려, 사회적 감성이 더해지고 있다. 한진그룹 임직원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아닌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것은 그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조현아(左), 조원태(右). 중앙포토

조현아(左), 조원태(右). 중앙포토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맞서는 상황이 됐다.
“안타깝다.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조 전 부사장이 이탈해서 펀드라든지 공격하는 사람들 입장에 선 것은 속상하고 유감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조 전 부사장이 돌아오는 게 순리다. 선대 회장의 유훈도 그렇다.”  
3자 연합은 영구채까지 고려하면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1600%라고 지적한다.
“부채 비율을 낮춰야 한다. 구체적 계획도 세웠다. 대표적인 게 불용자산을 매각하고 수익성을 높이며, 자본구조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증자도 하는 것인데 다 할 것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낮은 부채 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항공업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항공산업은 10년, 20년 계획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내다봐야 한다. 펀드와 건설회사가 단기간 사람 한 명 보내서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부채비율은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미달하고 못 맞추면 여러 제재가 있다. 그렇게 관리되는 게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다. 장기 계획으로 감독을 받는 상황이다. 방만한 경영이 아니다.”
3자 연합.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3자 연합. 사진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연합뉴스

3자 연합에서 과거 잘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지적 사항에 대해서 일리 있고 납득이 가는 합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수용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 등 과감히 고치고 있다. 그러니 믿고 기회를 달라고 얘기하고 싶다. 못하면 또 3년 뒤가 있지 않나.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고 공격만 해댄다. 조양호 회장이 돌아가신 게 1년 전이고 갑자기 리더십 교체 시기가 왔다. 일부 늦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방향을 잡아서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흔들어대니까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인신공격 부분은 서로 도움도 안 되는데 왜 그러나 모르겠다. 안타깝다.”
한진그룹의 비전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한진그룹 임직원은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에 대한 의식을 많이 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비전이다. 이익만을 낸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임직원이 하나로 뭉쳐 있다. 믿고 맡겨 준다면 기대에 부응하겠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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