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단독 인터뷰
“과거의 흠집을 공격하는 3자 연합은 교각살우(矯角殺牛ㆍ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석태수(65) 대표이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이은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ㆍKCGIㆍ반도건설)의 공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3자가 연합한 동기는 결국 한진칼의 경영권을 장악해 궁극적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라며 “자본 집약적이면서도 노동 집약적인 복잡한 항공 운송업은 재무제표로 이해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운항, 정비, 객실 등 복잡한 기능을 통합해 관리 하기 위해선 현장의 경험과 시간, 노하우가 필요하단 뜻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자 연합을 구성한 것에 대해선 “안타깝다”며 “언젠가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에서 석 대표이사를 만나 오는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가처분 신청과 상대를 공격하는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이 돼가고 있다. 한진 측이 보는 3자 연합 주장의 맹점은.
- “첫째는 사람이 행동하고 말할 때 의도나 동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3자가 연합한 동기는 돈을 벌겠다는 거 아닌가. 장기 투자가 아닌 펀드 특성상 가급적 빨리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회사를 공격해 약탈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해 수익을 내겠다는 그런 의도나 동기가 과연 우리 한국 사회나 국민 눈높이, 일반 주주 입장에서 봤을 때 이해하고 지지할 만한가 묻고 싶다. 두 번째는 경영을 어떻게 하겠다고 내세운 사람의 구성이다. 분명 면면을 볼 때 장점을 가진 분들이지만, 지금 과연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한 수송 물류 그룹을 끌고 나가는데 전문성과 역량이 있을까. 제가 보기엔 훌륭한 분들이지만 이 복잡한 상황을 끌고 가기엔 미흡하다. 회사의 장기 발전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실력이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항공산업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떤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건가.
- “제조업처럼 공장 안에서가 아니라 전 세계로 흩어져 길을 개척하고, 사람과 물류를 이동하는 산업이다. 소위 말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적용되는 산업이 아니다. 양자주의(Bilateralism) 국가 간 상호 교환하는 산업이다. 꼭 상대방이 있다. 미국에 가면 미국 항공사와 우리 간 상호주의 때문에 파트너가 있다. 업계 간 경쟁도 하지만 협조하는 네트워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관계가 중요하고 고객 접점 산업이다. 국제 관계까지 얽혀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단기간에 책 좀 보고 될 수가 없는,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산업이란 뜻이다.”
-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를 자처한다. 얼마나 단단한 파트너인가.
- “델타항공과의 관계는 기간으로 봐도 오래됐다. 스카이팀 창설 때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가 주축이 됐다. 노선 스케줄 교환이나 이익 교환 정도로는 얼라이언스(동맹)가 성공 못 한다. 상호 간의 신뢰가 전제가 안 되면 단기 이익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파트너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였고, 그래서 델타를 선택했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 양사 간 최고위층에서 말단까지 소통과 협업을 통한 긴밀한 신뢰 관계를 쌓았다.”
-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한진에서 요청했나.
- “요청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동맹이고 양사는 조인트 벤처를 이미 하고 있다. 같은 편을 지원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지분 투자를 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3자 연합이 주장하지만, 델타항공은 다른 나라 항공사 지분에도 많이 투자했다. 미국 항공사는 지분 투자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한 철학으로 삼는다. 자본 관계도 투자를 해서 가야 더 단단히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가 간 항공 권익을 대표하는 항공사가 경쟁하고 협조하면서, 더 큰 파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내셔널 플래그 캐리어(한 국가의 대표 수송회사)’이다. 회사의 이익보다는 공공성과 사명을 위해 움직인다. 신입사원 때부터 회사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다.”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석 대표이사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00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장을 거쳐 2003년엔 미주지역 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한진, 한진칼, 한진해운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 조원태 회장도 오랜 기간 봤겠다. 조 회장의 경영 능력과 장점은.
- “조양호 회장이 조원태 회장을 후계자로 16년 동안 훈육하고 트레이닝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봤다. 옆에서 보면 민망할 정도로 혼나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봤다. 경영자는 책임감 있는 자리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늘 강조하셨으니까. 어려서부터 배운 책임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장점이다. 또 수송 보국이란 창업 이념의 철학을 이해하는 부분을 누가 따라가겠나. 코로나 19사태가 시작될 때 중국 우한행 비행기를 탄 것도 책임감 때문이다.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오너가 있지만, 이사회가 있고, 30년 이상 훈련된 전문가가 층층이 있는 조직이 한진그룹이다. 서로의 역할을 하나로 묶고 드림팀을 만드는 게 조 회장의 역할이다. 선대 회장의 원칙과 기준에 더해 직원에 대한 배려, 사회적 감성이 더해지고 있다. 한진그룹 임직원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아닌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것은 그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맞서는 상황이 됐다.
- “안타깝다.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조 전 부사장이 이탈해서 펀드라든지 공격하는 사람들 입장에 선 것은 속상하고 유감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조 전 부사장이 돌아오는 게 순리다. 선대 회장의 유훈도 그렇다.”
- 3자 연합은 영구채까지 고려하면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1600%라고 지적한다.
- “부채 비율을 낮춰야 한다. 구체적 계획도 세웠다. 대표적인 게 불용자산을 매각하고 수익성을 높이며, 자본구조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증자도 하는 것인데 다 할 것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낮은 부채 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항공업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항공산업은 10년, 20년 계획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내다봐야 한다. 펀드와 건설회사가 단기간 사람 한 명 보내서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부채비율은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미달하고 못 맞추면 여러 제재가 있다. 그렇게 관리되는 게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다. 장기 계획으로 감독을 받는 상황이다. 방만한 경영이 아니다.”
- 3자 연합에서 과거 잘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다.
- “지적 사항에 대해서 일리 있고 납득이 가는 합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수용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 등 과감히 고치고 있다. 그러니 믿고 기회를 달라고 얘기하고 싶다. 못하면 또 3년 뒤가 있지 않나.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고 공격만 해댄다. 조양호 회장이 돌아가신 게 1년 전이고 갑자기 리더십 교체 시기가 왔다. 일부 늦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방향을 잡아서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흔들어대니까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인신공격 부분은 서로 도움도 안 되는데 왜 그러나 모르겠다. 안타깝다.”
- 한진그룹의 비전은.
-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한진그룹 임직원은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에 대한 의식을 많이 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비전이다. 이익만을 낸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임직원이 하나로 뭉쳐 있다. 믿고 맡겨 준다면 기대에 부응하겠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