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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자문사도 "조원태 지지"…한진칼 주가 두달새 44%↑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원태 vs 조현아, 사사건건 신경전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원태 회장은 실패한 경영자(3자 연합)” vs “위기 타개 경험 폭넓은 경영자(한진그룹)”
재계 13위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정반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그룹, KCGI 등 이른바 ‘3자 연대’가 한진그룹의 총수와 기존 경영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한진그룹이 정면으로 반박하는 구도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을 두고 진행 중인 양측의 여론전이 대표적이다. 이 와중에 조 회장은 의결권 자문사 지지를 끌어냈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차 이사회의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견을 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차 손을 들어주면서 고배당과 사외이사 추천권을 요구해 온 엘리엇은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홈페이지. [KGCS 홈페이지 캡처]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차 이사회의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견을 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차 손을 들어주면서 고배당과 사외이사 추천권을 요구해 온 엘리엇은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홈페이지. [KGCS 홈페이지 캡처]

15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지난 13일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을 발송했다. 이 서류에 따르면, ISS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ISS는 한진그룹 측이 추천한 사내·외 이사 후보 5인(조원태·하은용·김석동·박영석·최윤희)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인(임춘수)만 반대였다. 이에 비해 3자 연합이 제시한 한진칼 사내·외 이사 후보는 1인(김신배)만 찬성하고, 나머지 6인(배경태·서윤석·여은정·이형석·구본주·함철호)은 반대를 권고했다.

앞서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진을 상정하는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고, 3자 연합 추천자에 대해서는 기권을 권고한 것이다. KCGS는 한진칼 지분의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다(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조원태 손 들어준 의결권 자문사 ISS·KCGS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조원태 회장 측이 의결권 자문사 지지를 이끌어 냈지만, 한진그룹과 3자 연합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3자 연합은 13일 조원태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당한 전력이 있고, 근로기준법 위반과 대학 부정 입학 등 일탈 행위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며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부딪힌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가진 최고경영자”라고 맞섰다.

대한항공이 투입 중인 에어버스 330 항공기 모습.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투입 중인 에어버스 330 항공기 모습. [사진 대한항공]

법적인 분쟁도 예고했다. 3자 연합은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에게 리베이트(rebate·뇌물)를 지급했다며 “대한항공은 불법 리베이트 수수 과정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근거 없이 현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시켜 회사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라며 “민·형사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5일에도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KCGI가 주주 자격으로 제안한 안건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정식 의안으로 상정하게 법원이 강제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잇따른 가처분 신청에 한진그룹은 “사법제도를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사우회 등의 지분 의결권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3자 연합은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224만1629주·3.8%)의 의결권을 박탈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사실상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지만 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따라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사우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가 보유한 권리 행사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대한항공 임직원의 의사에 따라 행사한다”고 반박했다.

소액 주주 표심 잡으려는 여론전  

조원태 한진그룹회장, 대한항공 대표이사(왼쪽),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뉴스1]

조원태 한진그룹회장, 대한항공 대표이사(왼쪽),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뉴스1]

양측이 일진일퇴 공방을 계속하는 건 오는 27일 개최하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소액 주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한진칼은 지난 7일부터 기업·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이에 맞서 3자 연합도 법률자문사 한누리에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를 위임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있는 주주명부 폐쇄 직전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측이 31.98%, 3자 연합이 31.98%다.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이 1.46%포인트 앞선다.

한편 코로나19가 국내서 확산하자 국내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있지만, 한진칼 주가는 여전히 견고하다. 연초 3만9950원이던 한진칼 주가(1월2일)는 지난 13일 5만7500원(+43.9%)으로 마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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