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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제생병원 접촉자 명단 누락 의혹…"확진 원장 포함 144명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뉴스1]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뉴스1]

3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이 병원장을 포함한 직원 144명의 명단을 누락 제출해 역학조사에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병원 측은 초기 대응에 허점을 드러낸 건 병원이 아닌 방역 당국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16일 2명에 이어 이날도 이모(55) 분당제생병원 원장 등 확진자 2명이 나왔다"며 "이들 4명은 처음에 81병동 접촉자로 분류한 명단 안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81병동에서 주로 확진자가 나오면서 그곳을 오염지역으로 정하고 그곳에 갔던 환자와 의료진 등을 모두 격리 조치했다. 그 전까지는 이 안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지난 16일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았던 확진자 2명이 더 나오면서 자료를 병원 측에 다시 요구했고, 그 결과 병원 측에서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단장에 따르면 16일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은 역학 조사 과정에서 81병동에 갔던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방역 당국이 당초 병원에서 넘겨 받은 81병동 접촉자 명단에 이 사람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에 역학조사팀은 16일부터 81병동 출입자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직원 출입증 카드 기록 등 관련 자료를 병원에 요청해 144명의 추가 명단을 넘겨받았다.

앞서 경기도는 병원측에서 넘겨받은 81병동 출입자 135명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 조처를 내렸다. 원래 279명 명단을 받았어야 했는데 135명만 포함된 명단을 받은 탓에 144명에 대한 관리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 경기도의 입장이다. 특히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분당제생병원 원장도 누락 명단에 포함된다.

이 단장은 "144명 추가 인원 중 이날 2명이 양성이 나왔고 나머지 142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16일 확진자 2명을 포함하면 누락 확진자는 4명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병원이 제출한 자료에 문제가 생기면서 확진자가 더 늘었다. 추가 확진자들은 격리되지 않았던 탓에 또 다른 접촉자들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며 접촉자는 870여명이나 발생했다. 지난 13일 이모 원장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 갔던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복지부 직원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 원장과 지난 6일 대책회의를 했던 은수미 성남시장과 성남시 공무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도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분당제생병원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 "고의누락 아냐…조사팀 요구 자료를 넘길 뿐"

분당제생병원 후문. [연합뉴스]

분당제생병원 후문. [연합뉴스]

이에 대해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을의 입장에서 역학조사팀이 요구하는 자료를 넘길 뿐"이라며 "역학조사팀과 함께 81병동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하면서 출입자 명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이 문제 삼은 직원 출입증 카드 기록에 대해선 "나중에서야 그쪽이 요구해 넘긴 것이다. 처음부터 제출해달라는 말은 없었다"며 "명단을 만들 때 자료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건 역학조사팀"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노력했고 방역망이 뚫리게 된 건 당국의 대응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단순 사무실수인지 고의 누락인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분당제생병원에서는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30명(의사 2명, 간호사 9명, 간호조무사 6명, 간호행정직 1명, 임상병리사 1명, 환자 7명, 보호자 2명, 면회객 1명, 보건소 직원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분당제생병원에 파견돼 일했던 분당보건소 팀장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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