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 앞 '一寸待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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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과 '서울의 젖줄' '서울 시민의 휴식처'의 주인공 한강. 우리네 세월과 기억을 유유한 강물되어 흘려보내는 것이 한강이라면 사연많은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은 한강을 잇는 다리일 것이다. 한강다리의 생일이 바로 오늘이다.

1900년 7월 한강철교가 개통후 사람·우마차·자동차 등이 통행 가능한 교량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1916년 인도교 공사를 시작, 그 이듬해 오늘(10월7일) 한강인도교라는 이름의 첫번째 한강다리가 완공되었다.

이 최초의 한강인도교는 여름이면 경성전기주식회사가 장식전등으로 치장하는 등 장안의 명물로 그 위용을 자랑하며 서울시민들의 피서지로 산책로로 인기를 끌었다.

이와 함께 투신자살을 하려는 이가 많아져 경찰은 한강교 앞 동편에 파출소를 따로 마련하고, 난간에 '잠깐만 참아(一寸待己)'라는 팻말을 붙여두기도 했다.

1925년 대홍수로 떠내려간 인도교는 1929년 다시 준공되었으나 한국전쟁 때 다시 폭파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1958년 5월, 복구되면서 한강대교라는 새 이름을 얻고 그 어깨로 수많은 바퀴와 발자국, 그리고 역사의 무게를 버티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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