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부작용 줄인 비만치료 신약 잇단 승인

중앙일보

입력

땀 흘리며 운동하지 않고 적게 먹지 않아도 살을 뺄 수 있는 ´꿈의 시대´ 가 열릴 것인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 (FDA) 은 지방 흡수를 못하도록 하는 약을 승인했다.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회사 호프만 - 라로슈사가 개발한 ´제니칼´ 이 그것. 미국 연방정부의 비만기준을 30%이상 초과하는 사람이나 고혈압 또는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질환을 앓으면서 체중이 기준의 20%를 초과하는 사람들이 대상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누구에게나 처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벌써 미국외에서도 17개국에서 승인돼 1만여명이 처방을 받았다.
제니칼은 식욕억제제였던 지금까지의 비만 치료제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덜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조지타운대 제리 얼 박사는 "제니칼 임상시험 결과를 검토한 결과 우려했던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독일계 크놀 제약사에서 만든 ´시부트라민´ 도 제니칼과 거의 동시에 FDA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판매 중. 식욕 억제와 기초에너지 소비율을 높이는 ´이중효과´ 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혈압 상승의 우려가 있어 고혈압이 있는 비만 환자는 요주의. 하지만 이 약 역시 종래의 치료제들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내년쯤 제니칼과 시부트라민을 만날 수 있을 전망.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비만클리닉 강재헌 (姜載憲) 교수는 "이 약들이 들어오면 현재 식욕억제 효과가 있어 비만치료제로 쓰이던 항우울제 프로작이나 시중에 있는 식욕 감퇴제 페닐 프로파놀라민계 약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것" 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우려도 많다.
두 약 모두 임상시험을 한 지 3~4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장기적인 부작용이 모두 밝혀졌다고 볼 수는 없는 상태. 실제로 73년부터 FDA승인을 얻어 미국인 2백만 명이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식욕억제제 펜플루라민은 97년에서야 심장판막과 폐를 크게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판매금지 당한 바 있다.

또 탄수화물이나 당분의 섭취율이 높은 한국 사람에게 미국에서와 같은 체중감소 효과를 보일 지도 미지수. 제니칼은 기름변과 지용성 비타민 복용, 시부트라민은 미식거림과 불면증, 위장장애 같은 다소의 불편을 감소해야 한다.

비만치료제는 평생 먹어야만 한다.
체중 감소 효과가 약을 먹을 때만 나타나기 때문. 끊은 경우는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립보건원 (NIH) 비만프로그램 수석연구원 수잔 아노프스키 박사는 "비만치료제 중 단기간의 사용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약은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며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칼로리 연소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쥐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를 활용한 비만 치료제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 3월호는 미국 밀레니엄 제약사의 분자생물학자 카렌 무어 박사가 신진대사와 에너지 소비를 방해하는 ´MG (마호가니) 유전자´ 를 쥐에게서 발견했다고 게재했다.

아노프스키 박사는 "길어야 10년 안에 이 원리를 이용한 약이 등장할 것" 으로 내다봤다.

姜교수는 "비만 정복은 언젠가는 될 것임에 틀림 없다" 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많이 먹고 적게 운동해도 약만 먹으면 안심하고 살을 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고 충고했다.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