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코로나로 파운드리 포럼 연기…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차질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영민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정은승 사장이 지난해 7월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삼성파운드리 포럼 2019 코리아'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과 중국 증 주요 시장에서 매년 개최하던 '파운드리 포럼'을 무기한 연기했다. 파운드리 포럼은 삼성전자의 2030년 비메모리 1위 비전 달성을 위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설명회로 매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해왔다.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IT 기업의 대규모 콘퍼런스가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우려 커짐에 따라 내린 결정"

삼성전자는 15일(미국시간) 웹페이지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0'(Samsung Foundry Forum 2020)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오는 5월 20일 실리콘밸리와 인접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 메리어트 호텔에서 올해 첫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했을 뿐 향후 일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앞으로 8주간 5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열지 말라"고 권고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14일 iOS 개발자를 상대로 매년 개최하던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20'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시작한 파운드리 포럼은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쇼 케이스'다. 매년 5월 미국을 시작으로 ▶6월 중국 ▶7월 한국 ▶9월 일본 ▶10월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진행했다. 삼성이 자랑하는 나노미터 단위 초미세공정, 더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고객사한테 설명하고 위탁생산 물량 수주를 받는 자리다.

지난해 9월 한국과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반도체 관련 소재 3종 수출 규제 문제로 대립했을 때에도 삼성전자는 일본 도쿄에서 계획된 일정대로 파운드리 포럼을 열었다.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그만큼 고객사로부터 물량을 수주하는 게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는 점유율 52%(매출 기준), 삼성전자는 1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 미국 수주에 악영향

이번 결정은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화성 사업장 내 EUV 전용 라인을 제대로 돌리기 위해선 삼성전자 세트 사업부 이외에도 퀄컴·AMD 등 미국 업체로부터 위탁 생산 물량을 더 수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EUV 전용 라인 'V1'에 약 60억 달러(7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최근 V1 라인을 찾아 "이곳에서 만드는 작은 반도체에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꿈이 담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당부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