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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위 뒤집힌 ‘미스터트롯’…축제 대신 수학 인강으로 끝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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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임영웅. [사진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임영웅. [사진 TV조선]

모든 게 뒤집혔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14일 특별 생방송을 편성해 발표한 최종 결과는 지난 12일 결승전에서 방송된 중간 순위 1~7위와 완전히 달라졌다. 방송 시간 동안 쏟아진 실시간 문자투표 773만 1781콜이 최종 순위를 바꿔놓은 것이다. 제작진은 “한꺼번에 표가 몰리면서 서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결승전에서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지 못하고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시청자들은 이틀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14일 특별 생방송 편성해 결과 발표 #137만표로 최종 진 오른 임영웅 #“아버지 기일에 받은 선물 같아”

최종 우승자인 진(眞)도 바뀌었다. 중간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던 임영웅이 문자투표에서 총 137만4748표를 받으면서 1위에 올랐다. 중간 순위 1위였던 이찬원은 85만3576표를 얻어 3위 미(美)가 됐고, 3위였던 영탁은 98만9020표를 받아 2위 선(善)이 됐다. 중간 4~7위였던 정동원, 김호중, 김희재, 장민호는 최종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순으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문자투표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임영웅은 “결승전 날짜가 아버지 기일이었다. (아버지가) 엄마 혼자 남겨두고 가서 미안하다고 선물 준 거라고 생각하겠다. 가족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영탁은 “국민들이 많이 힘든 시기인데 좋은 에너지와 좋은 음악을 계속 잘 전해드리는 좋은 가수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이찬원은“대구 경북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희망을 되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결승전 중간 순위에서 1위를 한 이찬원. 최종 3위에 올랐다. [사진 TV조선]

지난 12일 방송된 결승전 중간 순위에서 1위를 한 이찬원. 최종 3위에 올랐다. [사진 TV조선]

지난 3개월간 긴 여정을 달려온 만큼 결승전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돼야 했지만, 대형 방송사고로 인해 예정에 없던 특별 생방송을 편성하면서 결승에 오른 7명의 출연자는 마치 벌을 받는 것처럼 60분 동안 서서 결과 발표를 지켜봐야 했다. 이날 경기 일산 스튜디오에서 ‘미스터트롯의 맛’ 토크 콘서트 녹화가 예정돼 있긴 했지만, 마스터들은 물론 출연자 가족들까지 모두 다시 나와 불안한 표정으로 이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진행을 맡은 MC 김성주는 마치 온라인 수학 강의를 하듯 점수 합산 방식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난 방송에서 전체 4000점 중 마스터 총점(50%) 2000점과 대국민 응원투표(20%) 800점을 합산한 결과가 이미 공개됐기 때문에 문자투표에 해당하는 실시간 국민투표(30%) 1200점의 계산 방식 설명에 공을 들였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1위가 1200점을 받고, 2~7위는 1위의 득표율에 비례해 산정하기 때문에 각각의 득표율을 1위의 득표율로 나눈 다음 1200점을 곱하면 각자의 점수가 나오는 방식이다.

지난해 Mnet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각별히 노력을 기울였다. 김성주는 “생방송에서는 시간이 지연돼서 소수점 점수를 안 쓰려고 했는데 정확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소수점 세 자리에서 반올림해 소수점 두 자리까지 점수화했다”며 “이후 로 데이터(raw data)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로듀스’ 측은 “로 데이터를 전부 갖고 있지 않다”며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혔었다.

결승전에 오른 7명의 출연자들. [사진 TV조선]

결승전에 오른 7명의 출연자들. [사진 TV조선]

문자 투표 집계를 담당한 인포뱅크는 13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책임을 공감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사죄드린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깊이 반성하고 성찰의 계기로 삼아 더욱 노력하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한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와 제작진은 “유실된 표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신뢰도가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총 773만 1781콜 중 무효표가 230만 2881표에 달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김성주는 “이름에 오자가 있거나 문장부호 및 이모티콘을 사용한 표, 여러 사람의 이름을 적어 보낸 표는 무효 처리했다”며 “유효 투표수는 542만 8900표”라고 설명했다. 트로트 오디션 특성상 문자 투표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더 큰 혼선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이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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