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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에서도 송가인급 대형신인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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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스터트롯’이 연령과 장르 를 넘어선 이들의 열정 무대로 어필하고 있다. 왼쪽부터 영화 ‘파바로티’ 모델 김호중과 아이돌 출신의 40대 장민호, 알앤비로 연마한 영탁, 초등학생 정동원. [사진 TV조선]

‘미스터트롯’이 연령과 장르 를 넘어선 이들의 열정 무대로 어필하고 있다. 왼쪽부터 영화 ‘파바로티’ 모델 김호중과 아이돌 출신의 40대 장민호, 알앤비로 연마한 영탁, 초등학생 정동원. [사진 TV조선]

누가 트로트를 비주류라 했던가.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6회 시청률은 27.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지상파·종편·케이블 등 전 채널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화제성도 6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트로트는 어르신들이나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시청 층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예능 프로 브랜드 평판에서도 8개월 독주한 ‘나 혼자 산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프로그램 제작진의 70%가 여성 #꾸중 않고 심사위원도 함께 즐겨 #레트로 열풍 맞물려 시청층 확대 #‘트롯신’ 등 다양한 포맷으로 진화

‘미스터트롯’의 가장 과감한 시도는 출연진 다양화다. 과거 주목받은 참가자들을 모은 신동부를 신설하고, 변성기를 고려해 고등부 대신 유소년부로 변경했다. 타장르부를 만들어 아이돌은 물론 국악·클래식·비트박스 등 여러 장르에서 활동한 이들에게 공간을 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해 2월 시작한 ‘미스트롯’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하면서 트로트 전반의 관심이 높아졌다. 다양한 장르에서 기량을 닦은 참가자들의 지원으로 수준이 향상됐고, 시청 연령층도 넓히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TV조선 서혜진 국장은 “20대 지원자가 특히 많았다. 현역 가수인 김수찬부터 냉동 배달일을 하는 김경민까지 직종 편차도 커 출연진을 세분화했다”며 “9세 홍잠언부터 44세 장민호까지 연령대를 아우르면서 젊은 시청층이 대거 유입됐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도 한몫했다. 예선과 본선 1, 2라운드 진(眞)이 모두 다르다. 문제아에서 성악가로 ‘개과천선’한 영화 ‘파바로티’의 실제 주인공 김호중(29)이 진성 원곡의 ‘태클을 걸지마’(2005)로 예선 진에 올랐지만, 본선에선 아이돌 그룹(유비스)과 알앤비 가수로 각각 데뷔해 트로트로 전향한 현역부의 장민호와 영탁(37)이 차례로 왕관을 썼다. 대국민 응원투표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 중인 임영웅(29)도 다크호스다.

팀별 미션에서 장민호랑나비(장민호·임영웅·영탁·영기·신성·신인선)로 출전한 장민호는 박현빈의 ‘댄싱퀸’(2006)을 라틴 댄스와 접목해 풀어냈고, 일대일 데스매치에서 영탁은 강진의 ‘막걸리 한잔’(2019)을 택했다. 세 곡 모두 전통 트로트라기보다는 댄스가 가미된 세미 트로트에 가깝다. ‘미스트롯’에서 우승한 송가인이 ‘한많은 대동강’(1959) ‘단장의 미아리 고개’(1956) 등 1950년대 곡을 주로 선보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판소리를 전공한 송가인은 전통 트로트의 부활이라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다.

대중문화 전반에 흐르는 레트로 열풍을 꼽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엄밀히 말하면 출연자들이 부르는 미국 재즈 가수 냇 킹 콜의 ‘잇츠 어 론섬 올드 타운’(It’s A Lonesome Old Town)을 번안한 현미의 ‘밤안개’(1962)나 한국형 블루스를 표방한 신촌블루스의 ‘골목길’(1989)을 트로트로 분류하긴 어렵다. 복고적 옛 노래를 통칭하면서 수용층이 더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황기에 복고 유행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처럼 장르적 수용성도 높아 다양한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시청자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도 특징이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SBS ‘K팝스타’나 Mnet ‘프로듀스 101’은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을 가르치고 야단치는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미스터트롯’ 판정단은 이들의 노래를 함께 즐기며 격려하고 응원하는 장면이 훨씬 많이 등장한다”고 짚었다. 이어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참가자들 사연을 보며 시청자들도 위로받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상파 출신 PD들의 종편 이적으로 프로그램 제작 수준도 향상됐다. 2018년 SBS에서 TV조선으로 옮긴 서혜진 국장은 ‘아내의 맛’과 ‘연애의 맛’에 이어 ‘트롯의 맛’ 전파에도 성공했다. ‘미스트롯’ 초반에는 출연자를 둘러싼 선정성과 성 상품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미스터트롯’은 무대에 보다 집중하면서 잡음이 사그라들었다. MBC에서 ‘나 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 등을 연출한 문경태 PD가 시즌1을, JTBC ‘슈퍼밴드’ 등을 연출한 전수경 PD가 시즌2를 맡으면서 오디션적인 요소도 강화됐다. 서 국장은 “미스터트롯 제작진의 70%가 여성이다. 이게 차별화의 포인트”라며 “팬심으로 화면 한 컷, 자막 한 줄을 매만지는 노력이 반영돼 한층 섬세하고 세련돼졌다”고 밝혔다.

비슷한 프로그램도 쏟아져 나왔다. 주부 대상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이스퀸’으로 채널 최고 시청률(8.6%)을 기록한 MBN은 스핀오프 격인 ‘트로트퀸’을 4부작으로 편성했다. 보이스퀸 출연진과 기성 트로트 가수들이 대결하는 콘셉트다. MBC에브리원은 이덕화를 MC로 내세운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론칭했다. 역시 MBC ‘나는 가수다’와 동일한 포맷으로 조항조·김용임·금잔디·박구윤·박혜신·조정민·박서진 등 트로트 가수 7인이 경연하는 프로그램이다. SBS는 ‘트롯신’(가제)을 준비 중이다. 김연자·설운도·주현미·진성·장윤정 등이 베트남으로 첫 촬영을 다녀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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