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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주범은 비만…체질량지수 25 넘으면 발병률 1.6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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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방광은 신장에서 만든 소변을 일정 시간 저장 후 배출하는 장기다. 복부 장기 중 전립샘과 함께 가장 하부에 있다. 방광암을 처음 진단받을 때 많은 환자와 보호자는 생소해 하기도 하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다른 암보다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고 관심도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보면, 방광암의 발병은 꾸준히 증가해 전체 암 중 국내 남성 유병자 수의 7번째를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 통계에 따르면 방광암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5년 2만9218명에서 2019년에는 4만2043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방광암으로 진료받은 남성은 전체 환자의 81%(3만4006명), 여성은 19%(8037명)로 남성이 여성보다 4배가량 많았다. 연령별로는 70대 환자가 1만4455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60대 1만1484명, 80대 이상 8327명 순으로 나타났다.

배 나오고 당뇨 땐 2.9배 더 위험 #흡연 탓 남성 환자가 여성의 4배 #초기엔 내시경 수술로 완치 가능 #미세혈뇨가 암 발생 중요한 신호 #주기적 소변검사로 조기 진단을

인공 방광 재건으로 삶의 질 회복

방광암의 발병과 관련해 흡연과 특정 화학물질 노출 등 인과관계가 명확한 요인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 요인과 관련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비만이 방광암의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주목해 볼 만하다. 필자도 이와 관련해 20세 이상 성인 남성 80만명 이상의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장기간 관찰연구를 통해 3편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요약하자면 방광암은 체질량지수가 높아질수록 발생 위험이 커졌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비만 남성은 방광암 발생 위험이 정상체중군(체질량지수 18.5~22.9)보다 1.62배 높았다. 복부비만(허리둘레 90㎝ 이상)과 당뇨가 있으면 위험도가 2.88배로 더 많이 증가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방광암 치료는 수술을 통해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나오는 신약은 치료 효과에 기대가 크지만 수술적 제거 후 보조 치료나 치료 시기를 놓쳐 전이가 생긴 뒤 차선책으로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수술적 완전제거의 효과와 비교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방광암은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치료 시기에 따라 수술적 치료법을 결정한다. 초기 방광암은 내시경적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진행이 오래되어 암의 뿌리가 깊고 다발성으로 발병한 경우 전체 방광을 다 적출해야 하므로 환자와 의사 모두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방광을 제거할 경우 배뇨 기능을 손실하므로 환자의 삶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방광 제거술을 시행한 뒤 외부로 요루(尿瘻)를 만들어 소변 주머니를 차는 수술법을 많이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환자에게 소장을 이용해 인공 방광을 재건하는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인공 방광 재건의 가장 큰 특징은 환자의 외형적 변화 없이 소변을 저장·배출하는 배뇨 기능을 정상인과 유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인공 방광 재건술을 초기에 도입해 술기와 경험을 보급한 의료기관으로 20년 이상의 경험을 축적해왔다. 방광적출술 이후 삶의 질 회복에 중점을 둬 인공 방광 재건의 적응증을 넓게 잡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개복수술 대신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정교한 수술을 시행해 요실금 방지와 성 기능 보존 등의 기능적 손실, 수술 후 환자의 통증과 절개창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 방광 재건은 엄밀히 방광의 원래 기능을 모사하는 것이다. 정상 방광 기능을 100%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술 후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의학적 한계가 명확한 것이 현실이다.

방광암 환자를 직접 진단·수술·관리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방광암의 진단 시기가 늦어져 방광을 적출해야 하는 환자와 마주할 때다.

작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암 진단 후 5년 초과 생존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과거 암의 치료 목적이 생존에 중점을 두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생존뿐만 아니라 치료 후 삶의 질 또한 중요한 시대가 됐다. 방광암의 치료와 방광 기능 유지는 방광암 치료에 있어서 동시에 고려돼야 할 요건이다.

조기 치료할수록 방광 기능 보존

방광암은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치료성적이 좋고 삶의 질과 밀접한 방광 기능을 보존할 수 있어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방광암의 조기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변검사를 통한 ‘혈뇨’의 발견이다.

혈뇨는 소변 후 환자가 직접 피를 관찰할 수 있는 육안적 혈뇨도 있지만, 현미경을 통해 관찰되는 미세혈뇨가 방광암 진단에 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미세혈뇨는 육안으로는 알 수 없다. 건강검진이나 외래진료를 통해 주기적으로 소변검사 결과를 점검해야 한다. 방광암의 조기 발견을 통해 후유증 없이 완치하는 환자가 증가하길 바란다.

하유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비뇨기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자 가톨릭암연구소 부소장으로 전립샘암·방광암·신장암 등 비뇨기종양이 전문분야다. 방광암의 순환종양세포와 유전분석을 통한 진행예측모델 개발 관련 국가 연구를 수행 중이다. 2019년 대한비뇨의학회 국외논문 임상 최우수상 등 다수의 논문상을 받았다. 대한비뇨의학회 학술위원과 대한전립선학회 대외협력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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