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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에 생긴 황달, 간 질환 아닌 담도계암 신호일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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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얼마 전 40대 초반 남성 환자가 외래 진료실을 찾았다. 첫눈에 황달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피부색이 노랗고 눈의 흰자위도 노랗게 변색해 있었다. 가능한 질환을 빨리 떠올려 보았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젊은 성인에게 황달이 나타났을 때 주로 의심되는 급성 간염이나 만성 간 질환이 아니라 오히려 담도가 막혀서 생기는 황달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더구나 최근 체중이 5㎏ 줄어 악성 종양에 의한 담도 폐쇄가 의심됐다. 설마 하며 복부 CT 검사 결과를 확인했는데 담관암이었다. 정확한 진단명은 ‘원위부 담관암’. 일반적으로 담관암을 포함한 담도계암은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요즘 들어 벌써 몇 명의 젊은 환자를 보게 돼 적잖이 놀랐다.

담즙 통로에 생기는 담관·담낭암 #주로 65세 이상 고령에 생기는데 #최근 들어 젊은층 환자 늘고 있어 #대개 특이 증상 없어 말기로 진행 #종양이 담도 폐쇄할 때 황달 증상 #조기 발견 어려워 정기 검진해야

담석증 있으면 정기 추적검사 받아야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황달은 눈의 흰자와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에게 생긴 황달은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반면 신생아의 생리적 황달이나,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귤이나 당근을 과다 섭취해서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경우는 병적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눈의 흰자는 변색하지 않는다.

담즙의 통로가 막혀서 발생하는 황달은 간 자체가 병들어 생기는 황달과 달리 주로 악성 종양에 의한 것이 흔하다. 하지만 담즙의 통로에 발생한 악성 종양이 반드시 황달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담낭에 있던 담석이 흘러내려 가 담도의 끝을 막아 생기는 담관염을 동반한 황달도 있을 수 있어 정확한 감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담도계는 간에서 생성된 담즙의 통로다. 이는 간 내부의 담도 길인 간내 담도, 간 외부의 담도 길인 간외 담도, 담즙이 저장되고 농축되는 주머니인 담낭으로 구성된다. 담도계의 각 부위에 악성 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데, 크게 담낭암과 담관암으로 나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담도계암 환자 수는 2015년 1만9386명에서 2019년으로 2만4502명으로 26.4%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70대 환자가 9035명(36.9%)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60대 7296명(29.8%), 80대 이상 4900명(20%) 순이었다.

담도계 암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담낭암은 담석을 오래가지고 있으면 췌담관 합류 이상, 석회화 담낭, 장티푸스 보균자, 크기가 큰 담낭 용종(1㎝ 이상)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담관암은 오랜 기간의 담즙 정체, 담관 결석에 의한 만성 담관염, 간흡충증 같은 기생충 감염, 담관 확장을 동반한 선천성 기형 등이 위험인자로 꼽힌다.

이런 위험인자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실질적인 암 예방법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간흡충증 감염을 피하기 위해 익히지 않은 민물고기 섭취를 금하고, 간내 담석증이나 담관 결석과 같은 질병이 있으면 당장 증상이 없어도 조기에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담관의 선천 기형이 발견되면 예방적 담관 절제술을 시행해 담관암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 담낭 용종이 있으면 초음파 추적검사를 지속해서 시행해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 담낭암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담낭절제술을 권하는 등 암 예방에 노력을 기울인다.

다만 담석증 치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담낭암은 많은 경우 담낭에 담석을 동반한다. 담석이 있는 사람은 담낭암 발생 위험이 없는 사람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담석을 가진 환자가 담낭암 발생을 미리 걱정해 예방적 담낭절제술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담석증 환자 중 담낭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1% 미만이다.

담석이 있더라도 의심 가는 정황이 없다면 미리 담낭을 절제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담낭암은 말기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소견을 반드시 들어보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담석을 가진 환자 중 특이 성향을 보이는 환자는 초음파 검사 등 추적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증상만으로 담도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담관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이지만 황달은 종양이 담도를 완전히 폐쇄할 경우에만 발생하고, 담관암이 간내에서 한쪽 구역에서만 발생하면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담낭암도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어 일반적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다. 다만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체중 감소, 피곤함,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상복부 통증 등이 있을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담석만 있는 것으로 오인해 담낭을 절제하고 보니 암이 있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초기 담낭암이 우연히 발견되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진단 시 수술 완치 비율 절반 안돼

치료의 기본은 수술과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다. 완치하려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담도계암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단 당시 병변을 완전히 절제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 담낭암 10~30%, 담관암 40~50%에 불과하다.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수술은 담낭암·담관암 모두 암의 위치, 주변 혈관과 정상 담관과의 관계, 간내 침윤 여부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법이 적용된다.

요즘은 개복 수술을 대신해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적응증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와 경험 많은 전문의의 의견을 바탕으로 치료법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홍태호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간담췌암센터장
1999년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의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포스텍에서 생명과학과 교환교수로 연수했다. 담석증, 췌담도질환, 담도암, 췌장암 등 간담췌질환 분야의 권위 있는 외과 의사다. 특히 췌담도 분야의 최소침습수술인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에 경험이 많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간담췌암센터장, 간담췌외과 과장, 외과중환자실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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