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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두 달, 충격은 역대급… 한은 '금리인하' 동참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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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거 다른 감염병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금융·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대응을 살피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언급도 나왔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와 이상형 통화정책국장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와 이상형 통화정책국장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봤다. 주가 및 장기 시장금리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고, 반응 정도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큰 편이란 분석이다.

과거 사례에서는 금융시장이 충격 발생 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양상이 다르다. 한 달 반이 흘렀는데 주가와 장기금리 모두 직전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채권과 주식이 상이한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기(1월 21일~2월 말)에 외국인은 현물 채권 투자를 3조7000억원 늘렸다. 반면 주식은 매도했다. 같은 기간 5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고, 3월에도 8일까지 3조3000억원가량을 팔았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둔화 우려가 커졌다”며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가 우세해 채권 투자는 유지하지만, 주식에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주요 감염병 확산 이후 주가 및 장기 금리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감염병 확산 이후 주가 및 장기 금리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실물경제의 충격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커졌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 주요국의 통화정책 대응,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2월 말 금통위(기준금리 동결) 의결문과 비교하면 ‘주요국의 통화정책 대응’ 문구가 추가됐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영국도 어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한은은 4월 9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를 앞두고 있다.

다만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심은 유지했다. 한은은 “가계대출은 주택 구매 및 전세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증가세가 확대했다”며 “가계부채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택가격은 정부 대책에도 서울 이외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만큼,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이동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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