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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안 보이는 이란의 코로나 사태…고위층 줄줄이 감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에서 12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만75명까지 치솟았다. 하루 만에 1075명이 증가한 것이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75명 늘어 429명이다. 증가 폭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위층의 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 역시 악화일로다.

이란 방역 담당자들이 지난 11일 이란 테헤란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이란 방역 담당자들이 지난 11일 이란 테헤란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이날 알자지라 등 외신은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도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에 앞서 지난달 27일 마수메 엡테카르 부통령도 확진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왼쪽)이 지난 1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있다.[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 부통령(왼쪽)이 지난 1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있다.[AFP=연합뉴스]

자한기리 수석부통령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주재하는 내각회의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 때문에 로하니 대통령의 감염 여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자한기리 부통령 이외에도 알리 아스가르 무네선 문화·관광부 장관과 레자 라흐마니 상공·광물부 장관 등 2명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자한기리 부통령 확진, 부통령 2명 감염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자금 6조원 요청 #의료진 잇따라 숨져, "순교자" 칭하기로 #카타르 확진자도 급증, 중동 1만명 육박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자금 50억 달러(약 6조원)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IMF에 긴급자금을 요청한 것은 1962년 이후 58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할 지도층이 줄줄이 감염되면서 이란 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국정자문인 모하마드 미르모함마디,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국회의원, 주바티칸 대사를 역임한 성직자 하디 호스로샤히 등 고위 인사들이 신종 코로나로 사망했다. 또 이라즈 하리르치 보건부 차관, 모하바 졸노르 의원, 마흐무드 사데기 의원 등이 잇따라 감염됐다.

이란 고위층의 무더기 확진 원인으로는 중국과의 잦은 교류, 일반인보다 우선적인 검사로 확진 판정이 빠르다는 점 등이 꼽힌다.

이란 의료진이 지난 1일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의료진이 지난 1일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의료진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감염자들을 치료하던 일부 의사·간호사들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진이 갖춰야 할 방호복, 위생 장비 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정부는 이처럼 신종 코로나를 치료하다 숨진 의료진을 “순교자”로 칭하기로 했다. 사이드 나마키 이란 보건부 장관이 이같은 제안을 했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동의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10일 보도했다.

이란 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중동 지역 전체의 감염자는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중동 각국은 신종 코로나 발병국에 대한 항공편 중단, 입국 금지 등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했지만, 이란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을 중심으로 전염이 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는 11일 확진자 238명이 무더기로 확인되면서 하루 만에 262명으로 급증했다. 감염자가 중동에서 이란 다음으로 많다. 확진자가 110명이었던 바레인도 이란에서 10일 전세기로 철수한 자국민 165명 가운데 77명이 양성으로 판정되는 등 확진자가 189명으로 늘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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