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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본인 책 사달라고 해···그 사실 숨기려 말도 맞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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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중앙포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중앙포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투자업체 대표에게 저서 구매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 전 부시장에게 277만원 상당의 책을 구입해 준 김모(53)씨가 책 구매 경위를 두고 유 전 부시장과 사전에 말을 맞췄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유재수와 책 어떻게 말할지 정해" 

11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손주철) 심리로 열린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혐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금융투자업체 대표 김씨는 “유 전 부시장에게 구입해 준 책에 대해 2018년인지 2019년인지 초에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말할지 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초 검찰 조사에서 “저자 사인(서명)을 받기 위해 책을 보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말을 바꿨다.

김씨는 허위 진술 경위에 대해 “그 당시(2018년 또는 2019년) 유 전 부시장이 책 구매에 대해 걱정을 해 ‘사인을 받은 거로 하자’고 서로 얘기를 했었다”고 답했다. 검찰이 김씨에게 “누가 먼저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추가로 묻자 김씨는 “처음에 유 전 부시장이 먼저 이야기한 것 같다”고 답했다.

2018년 초는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의 감찰을 받고 금융위원회를 사직하기 직전이고, 2019년 초는 김태우 전 수사관이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7년 6월 유 전 부시장으로부터 ‘내가 쓴 책을 사서 보내달라’는 말을 듣고 책 140권을 산 뒤 유 전 부시장의 집에 보냈다. 돈은 김씨가 내고 책은 유 전 부시장이 받은 것이다. 또 이 책은 유 전 부시장이 집필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오른쪽부터) 이들은 모두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앙포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오른쪽부터) 이들은 모두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앙포토]

직무관련·대가성이 쟁점

김씨가 경기 용인시에 있는 골프빌리지를 유 전 부시장이 13회에 걸쳐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것과 수백만원 가량의 책을 대신 사준 것을 두고 대가성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검사와 유 전 부시장 측은 김씨를 각각 신문하면서 유 전 부시장으로부터 직무와 관련해 도움을 받은 게 있는지를 여러 차례 물었다.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이 받은 금품·이익.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씨는 금융투자업체 그래픽상 D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이 받은 금품·이익.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씨는 금융투자업체 그래픽상 D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도움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있어"

김씨는 유 전 부시장의 요구를 들어준 이유에 대해 "복합적인 이유다"며 “금융기관 인사를 소개받거나 저희 회사가 사모펀드를 운영하게 되면 금융위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다만 그는 “유 전 부시장과는 오랜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라 요청을 들어줬다”며 “사람을 소개받은 것 외에 도움을 받은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전 부시장이 김씨에게 한국증권금융과 IBK투자증권의 임원을 소개해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 측이 “그 회사 대표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이냐”고 묻자 김씨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정책국장과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을 지낸 2010년 8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금융업계 관계자 4명으로부터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차 공판에서는 유 전 부시장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하고 유 전 부시장 동생 취업을 알선한 금융투자업 관계자 최모씨가 나와 “유 전 부시장이 동생 이력서를 주면서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정희윤‧정진호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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