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 동난 영국의 귀띔 “바르기 전에 손목시계부터 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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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마스크 대란이 있다면, 영국에선 ‘손소독제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손 위생이 강조되면서다. 손소독제는 젤 또는 액체 형태로 물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손을 물로 씻기 어려운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손소독제가 대안이 되고 있다.

“코로나, 알코올에 파괴되는 보호막 가져” #손목·손등, 손가락 사이에 골고루 묻혀야 #핸드크림은 소독제 다 마른 후 발라야 효과

영국 런던에서 지난 5일 열린 영국 상공회의소 연례회의 때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지난 5일 열린 영국 상공회의소 연례회의 때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 동안 영국에서 손소독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55% 증가했다. 영국 온·오프라인 매장에선 등장 즉시 판매되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렇게 불티나게 팔리는 손소독제의 바이러스 제거 효과는 얼마나 될까.

가정에선 99%, 직장에선 84% 바이러스 제거 효과   

영국 데일리메일은 9일(현지시간) 손소독제의 효과와 제대로 된 사용 방법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코올은 바이러스의 보호막을 파괴해 바이러스의 입자를 분해시킨다. 결국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마다 다른 유형의 보호막을 지니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는 알코올에 파괴되는 보호막을 갖고 있다. 즉, 성분의 60~90%가 알코올인 손소독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일 영국에서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이 동이나 한 마트의 선반이 텅 비어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일 영국에서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이 동이나 한 마트의 선반이 텅 비어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효과는 실험으로도 나타났다. 2014년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총 7가구를 대상으로 손소독제와 바이러스의 상관 관계 실험을 했다. 가족 가운데 한명의 손에 바이러스를 묻힌 후 평소처럼 생활하도록 했다. 8시간이 지나 어떻게 됐을까. 연구팀은 다른 가족의 손은 물론 집안 곳곳에서 같은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엔 같은 조건의 실험을 하면서 손에 바이러스가 묻은 사람에게 손소독제를 하루 세 번 사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손과 집안 곳곳의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 오염 수준이 99%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팀은 실험 장소를 직장으로 옮겨 직원들에게 손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관찰했다. 그 결과 직장 내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84%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양보다 손등·손목 골고루 바르는 게 중요  

마크 윌콕스 영국 리즈대학교 의대 교수(미생물학자)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문 손잡이와 계단 난간 등 내가 한 시간 동안 손이 닿는 표면이 몇 개인지 세어봤더니, 대략 열 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손소독제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폭증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지난 7일 한 남성이 기차에 앉아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환자가 폭증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지난 7일 한 남성이 기차에 앉아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윌콕스 교수는 손소독제의 효과를 보려면 ‘양’보다 골고루 잘 바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 손을 제대로 비벼 손의 모든 부위에 골고루 묻힌다. 손등은 물론이고, 손가락 사이에도 소독제를 발라야한다.

‘손목’도 빼놓으면 안 된다. 손목시계를 착용했다면, 시계를 벗고 발라야한다. 이에 대해 윌콕스 교수는 “바이러스가 묻은 손목을 얼굴에 갖다 대면 바이러스가 입·코·눈 등으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소독제 도포 전후로 핸드크림 사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핸드크림을 바른 후 손소독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손 표면에 기름기나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알코올이 바이러스에 충분히 닿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손소독제를 바르고 마를 때까지 기다린 후 핸드크림을 발라야 알코올의 작용을 방해하지 않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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