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발주 가뭄’ 속에 한국은 2월 세계 선박 발주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10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만CGT(18척)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동량이 감소하고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신규 선박 발주가 급감한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1~2월 누계 선박 발주량을 비교해보면 올해 조선 시황이 얼마나 악화했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772만CGT였던 1~2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 영향으로 489만CGT(37%↓)로 쪼그라들었고, 올해엔 117만CGT(76%↓)까지 줄었다.
‘발주 가뭄’ 속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신규 발주 1위를 지켰다. 2월 발주 물량 가운데 한국이 20만CGT를 수주해 3분의 2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조선소가 ‘셧다운’ 된 중국은 680TEU급 컨테이너선(8000CGT) 1척만 수주해 4위로 밀렸다. 2위는 필리핀으로 6만CGT(4척), 일본은 3만CGT(1척)로 4위에 올랐다.
2월말 전 세계 수주잔량은 1월 말 대비 2% 감소한 7407만CGT로 집계됐다. 한국(-3%)·일본(-4%)·중국(-14%)이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일본(-34%)·중국(-14%)의 감소 폭이 컸고, 한국도 4% 가량 줄었다. 수주잔량은 중국이 2616만CGT로 가장 많고, 한국(2128만CGT), 일본(1091만CGT) 등 순이다.
지난달 전 세계 선박 인도량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감했다. 총 117만CGT로 전월(349만CGT) 대비 66%나 줄었다. 중국(-96%), 한국(-54%), 일본(-39%) 모두 타격이 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중국(-83%), 한국(-33%), 일본(-31%)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조선업계에선 유가 하락과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상황이 좋진 않지만, 예정됐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본격화하면 시황이 조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연초 대형 LNG운반선(14만㎥ 이상) 발주가 없었지만, 앞으로 카타르·모잠비크 등에서 진행 중인 LNG 프로젝트 발주가 시작되면 한국의 수주량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