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사의 일기]"힘드시죠, 빨리 나을게요" 열나는 환자, 되레 날 위로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별관 1층 한쪽 벽면에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손편지가 붙어있다. [사진 박지원]

[박지원 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 6-일곱 번째 근무를 마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퍼지면서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여기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손들고 나선 이들 중에는 만 4년차인 박지원(27) 간호사도 있다. 그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현장을 직접 뛰며 배워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박 간호사의 눈으로 본 코로나19 현장의 모습을 연재한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파견 지원을 간 칠곡 경북대병원 소속 박지원(27) 간호사. [사진 박지원]

일곱 번째 근무를 마치고

날이 제법 따뜻해졌다. 방역복을 벗고 휴게 건물로 이동하는 동안 많이 추웠는데 오늘은 햇살이 참 좋았다. 환자들도 빨리 퇴원하셔서 좋은 봄날을 만끽하셨으면 좋겠다. 방역복도 회사마다 조금씩 재질이 다른데 새로 들어온 방역복은 땀이 덜 차서 활동하기가 편하다.

병동에 젊은 환자들은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의 활동을 한다. 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은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없기에 더 지겹고 힘드신 것 같다. 일반 병동에선 70세 이상 환자들에겐 반드시 보호자가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데 이곳은 보호자나 간병인이 함께 있을 수 없다 보니 혼자서 약을 챙겨 드시고 생활하시는 게 조금 힘드신 것 같다.

일주일 이상 입원 생활을 하신 분들은 이제 슬슬 지겨운 것 같다. 아무래도 병실 안에서만 생활이 가능하니까 햇빛도 잘 안 들어오고 운동도 잘 못해 많이 답답하신가 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는 8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에 의료진을 향한 응원 메시지들이 붙어있다. 뉴스1

경증의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 옮겨가면서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이 오고 있다. 그래서 그 전보다 항생제, 수액이 많아져서 병원은 조금 더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입원치료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좀 더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생활치료센터에서는 의사의 판단으로 경증 환자들이 주로 전실을 갔다. 컨디션도 좋고 젊은 환자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래서 전실과 퇴원이 많아서 바쁜 것 같다.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빠르게 대응해주고 거기에 맞춰 병원에서 잘 따라주고 있어 빠르게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모든 의료진이 그렇듯 환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뿌듯하다.

오늘 한 환자가 춥다고 하길래 열을 측정해보니 38.1도였다. 고열이었다. 환자를 따뜻하게 해준 후 의사에게 보고해 해열제를 드렸다. 환자께서 "우리 때문에 너무 고생이 많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앞 환자께서도 "우리 빨리 나아서 퇴원할게요. 조금만 힘내세요"라고 해주셔서 뿌듯하고 힘이 났다.

정리=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