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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침묵이 미덕일 수 있다…이젠 ‘코로나 진지전’ 나설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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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호 08면

[코로나19 비상] 소규모 집단감염 막으려면

6일 육군 제32보병사단 소속 코로나19 방역지원본부 장병들이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장병들은 긴급 투입된 화생방제독 차량과 함께 대전복합터미널과 대전역 등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방역과 소독을 지원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6일 육군 제32보병사단 소속 코로나19 방역지원본부 장병들이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장병들은 긴급 투입된 화생방제독 차량과 함께 대전복합터미널과 대전역 등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방역과 소독을 지원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대규모 병력이 맞붙는 대회전은 끝났지만 자잘하게 나뉜 지역별로 이어지는 지루한 진지전이 시작됐다.

노인정·노래방 등서 잇따라 퍼져 #정부 모니터링만으론 방역 한계 #확산 막기 위한 시민의식 중요 #육아 휴가 등 제도적 뒷받침해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909명을 기록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일(0시 기준)에는 438명으로 감소했다. 6일에는 518명으로 늘었지만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감염 확산 사태는 일단 진정세를 보였다. 감염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집단을 대상으로 우선 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시행하면서 상당수의 환자를 미리 찾아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일(현지시간)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에서 고무적인 조짐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새로 보고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보고된 사례 역시 이미 알려진 집단에서 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대구와 인접한 경산 등의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병원과 요양원은 물론 반면 노래방, 소규모 운동시설 등도 새로운 집단 감염지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지정 국민안심병원인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에서 6일 한꺼번에 확진자 9명이 나왔다. 환자 3명,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 환자 보호자 1명 등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오전 0시 30분 외래 진료와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겠다며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대병원에 이어 두번째로 뚫린 것이다. 분당제생병원장은 “응급실을 찾은 암환자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호흡기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있는데 이들이 입원 당시 호흡기 증상을 전혀 호소하지 않아 조기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도 지난 5일 3명이 추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당초 119명이 집단 감염됐던 5층 정신병동을 제외하고 비감염 환자들과 의료진이 남은 3층을 ‘클린존’으로 운영했으나 이곳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온 것이다.

경북 봉화군에 자리잡은 노인의료복지시설인 푸른요양원에서도 이날 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요양원 환자는 지난 4일 첫 확진 판정을 받을 2명을 시작으로 총 51명으로 늘어났다. 입소자 직원 등 116명 가운데 44%가 감염된 것이다.

병원과 요양원을 제외한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도 늘고 있다. 충북 괴산에서는 70대 할머니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최근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마을 주민과 함께 경로당에서 찰밥을 지어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할려졌다. 6명의 확진자가 나온 경남 창녕 동전노래방에서도 이날 1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그는 직접 동전노래방을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확진자의 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대규모 확산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변화함에 따라 시민들의 대응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일정 의심집단을 정해두고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얘기”라며 “가장 확실한 방역은 시민들 스스로가 각자 1인실 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가 확산과 진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는 다음달까지 확진자 증가세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느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할 시민 의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숙주가 있어야 생명력을 유지한다. 나도 걸리지 않아야 하지만, 남에게도 옮기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제적으로는 음식을 먹을 때 마스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이 좋고, 엘리베이터나 택시·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대화와 통화를 삼가는 편이 낫다. 직장에서도 유연근무와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하고, 미팅과 회의는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편이 무난하다.

문제는 무조건 시민들에게 거리를 두라고 요구할게 아니라 떨어져 지낼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영준 한국역학회 총무이사(한림대 사회의학교실 조교수)는 “이미 학계에서는 시민들 스스로 사회와 떨어져 지내야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아이 방학이 길어지면 당연히 회사도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난 1월 하순에 이미 인플루엔자(독감)와 비슷하게 진화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인민병원 소속 전문가들은 최근 의학 학술지인 ‘랜싯’에 투고한 논문을 통해 입원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23일 이전에 입원한 환자들의 발열·피로·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훨씬 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증상이 약해지고 무증상 상태로 사람의 몸에서 오랫동안 잠복하는 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비슷하게 진화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번 논문은 심사가 진행 중이며 게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채혜선·김나윤 기자, 김여진 인턴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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