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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스크 100장씩? 억울한 약국 "양치기 소년 된 기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공급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공급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정부는 전국 2만3000여개 약국에 마스크 240만장을 매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일선 약국에서는 일정치 않은 공급에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 이후 손님들은 약국에 매일 마스크가 100장씩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공급 상황은 안정적이지 못한 탓이다.

3일 서울 서초구·종로구·성북구·마포구·성동구·관악구·영등포구·용산구 약국 12곳에 확인해보니 이날 마스크 100장이 들어온 곳은 한군데뿐이었다. 그마저도 이날 들어온 게 아닌 전날 200장을 한 번에 받아 미리 이날 몫을 챙겨 놓은 경우였다. 50장 들어온 곳은 6곳, 나머지 5곳은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았다.

유통업체 "마스크 물량 떨어졌다"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 공적 유통 마스크의 재고가 없다는 알림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 공적 유통 마스크의 재고가 없다는 알림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종로구에서 B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이모씨는 "지오영(유통업체)에 물어보니 '물량이 떨어졌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이날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기자에게 설명했다. 성북구 B약국 약사는 "오늘 마스크는 대구·경북으로 간다는 설명을 성북구약사회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식약처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 약국에 공급했다는 공적 마스크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208만장, 대구·경북 지역 (주말) 당번 약국 30만장, 그 밖의 지역 약국 23만장 등 총 261만장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에는 약국이 아닌 다른 공적 판매처를 통해 124만장을 추가로 출하했다.

"유통업체가 마스크 공장 130개와 직접 계약" 

3일 오후 한 약국에서 마스크 판매 시간을 알리는 안내문을 준비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3일 오후 한 약국에서 마스크 판매 시간을 알리는 안내문을 준비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마스크 공급 물량은 정부가 아닌 각각의 공적 판매처가 생산 공장과 계약을 맺어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약국의 경우 유통업체 지오영과 백제약품이 마스크 공장 130개와 계약을 맺어 여기서 직접 마스크 수량을 조달한다. 어떤 날은 260만장 가까이 넉넉하게 마스크를 수급하지만 어떤 날은 170만장밖에 얻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약국은 하루 100장의 마스크를 받는 날도 있고 50장의 마스크를 받는 날도 있다. 한 약사는 "'물량이 없다'며 마스크를 못 받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마스크가 간절한 손님과 대면해야 하는 약국은 혼란의 연속이다. 성동구 왕십리 H약국 약사 김모씨는 "손님들은 매일 100장씩 들어오는 줄 알고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놓고 갔다"며 "오늘 들어올 줄 알고 저녁에 오라고 했는데 유통업체에 전화하니 마스크 없다고 한다. 자꾸 양치기 소년이 되는 기분이다. 오해하는 손님이 화를 낼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성동구 사근동의 S약국 약사는 기자가 보는 앞에서 유통 업체와 통화를 하며 "그래도 약속이지 않냐. 이걸 저버리면 사람들이 더 분노하고 불안해한다"며 "대체 누구의 잘못이냐. 정부인가 중간업체인가. 뭐가 문제인가"라고 호소했다.

중국 원자재 수입 막혀 생산량 줄었나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공급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공급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연합뉴스]

식약처 관계자는 "오늘 전체적으로 공적 마스크 물량은 580만장 정도는 확보됐는데 약국 쪽으로는 180만장 정도 나갔고, 공영홈쇼핑으로 많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약사회 관계자는 전체적인 마스크 물량 자체가 부족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공장에서 마스크 생산이 되어야 하는데 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며 "지오영이 공장에서 직접 납품받아서 전국 약국에 마스크를 보내는데 생산 물량 자체가 감소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로 중국 원자재 수입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마스크 생산 업체 대표는 "국산 원자재를 써온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생산 물량에 타격이 없는데 값이 저렴한 중국 원자재에 의존해온 회사들은 원자재 가격 폭등이나 원자재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혜·정희윤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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