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與 청년정치인들 “우대 아닌 홀대”…지역구 문턱 못넘고 ‘비례 무공천’론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절차가 한창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청년 정치인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 등 청년 정치인들이 지역구 경선 문턱을 못 넘고 줄줄이 탈락하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 ‘비례대표 무공천’ 얘기까지 공론화되는 상황에서다.

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비례공관위·위원장 우상호 )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 신청자 130명 중 서류면접을 통과한 40여명이 대상이다.

그런데 '친문 핵심' 최재성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민주당이 비례공관위 자체를 해체하고 단 한 명의 비례 후보도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이 비례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지역구는 민주당이, 정당투표는 원외 소수정당이 받도록 하자는 얘기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18대1(비례 신청자 130명 중 당선권 7석 감안)의 경쟁률을 뚫고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더라도 정작 공천을 못 받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청년 정치인들 사이에선 곧바로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미 면접을 치른 한 비례 후보는 "비례대표 되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데 후보를 안내면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최 의원이 자신은 당사자가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닌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오른쪽)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발표회에 참석해 민주당 인재영입 1호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에게 당원당규집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오른쪽)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발표회에 참석해 민주당 인재영입 1호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에게 당원당규집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우상호 당 비례공관위원장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후보자들이) 불안해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며 "(비례 정당에 대해) 지도부와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①갈 곳 없는 당내 청년·여성 정치인

민주당 청년·여성 인사들은 당이 총선을 앞두고 20명에 달하는 외부 인재를 영입하면서 입지가 줄어들었다고 본다. 비례 1번 여성·장애인엔 최혜영 강동대 교수가, 비례 2번 외교·안보 분야엔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대장)이 응모하면서 청년·여성 인사들은 일반경쟁분야에 공모했다. 한 청년 후보는 "당에서 고생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영입 인사들도 민주당이 연합 정당에 참가하며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면 갈 곳을 잃게 된다. 최 교수, 김 전 부사령관 외에도 일반경쟁분야에서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 회장(다문화), '태호엄마' 이소현씨(안전), 이경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과학기술)이 비례 공모에 참가했다. 역시 비례 후보에 공모한 성치훈 전 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 위원장은 전날 "당이 지켜야 할 것은 의석수가 아닌 가치"라며 민주당의 비례 정당 연계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비례대표 출마를 고려했던 민주당 여성 당직자의 출마 포기 선언도 나왔다. 김재수 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장은 3일 "사무직당직자 비례대표제도는 훈련된 미래 정치인을 배출하는 제도지만 당 방침은 그런 취지와는 달리 결정됐다. 서운함과 함께 자존감에 상처를 받았다"며 비례 불출마를 선언했다.

②비례 청년 몫 없는 것도 불만

지난달 20일 발표된 민주당 경선 세칙에 따라 당 비례공관위는 서류심사→면접심사(2~4일)→권리당원·국민공천심사단 투표(10~11일)를 통해 25명 내외의 후보를 추린 다음 14일 당 중앙위원회 투표를 통해 최종 순번을 정한다. 권리당원·국민공천심사단 투표 순위는 중앙위 투표나 개별 후보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민주당 비례공관위 관계자는 "국민공천심사단 투표는 자격심사 성격이기 때문에 해당 점수는 중앙위 투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비례 후보는 "중앙위가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면 국민공천심사단 투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비례 의석 47석 중 병립형 17석에서 민주당 당선가능권은 6~7석으로 예상된다. 비례 1·2번을 제외한 3~7번 가운데 청년에 제한된 모집 분야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불만이라고 한다. 상위 순번에 들지 못하면 청년 정치인의 원내 진입은 가능성이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비례공관위는 청년 분야 우선 순번을 정하면 일종의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지만, 당내에선 "청년 정치인들 우대하겠다더니 홀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③'플랫폼 비례 정당' 일말 기대하지만

민주당 내 위성정당 전략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당·정의당·녹색당·민중당 등 범진보 정당이 참여하는 빅텐트 형식의 '플랫폼 정당'을 만들어 정당투표를 몰아주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플랫폼 정당 없이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에, 정당 투표는 군소 진보 정당에 몰아주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최 의원의 '무공천 전략'이 이에 해당된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전략적 분할투표' 제안도 유사하다.

진보개혁 진영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정치개혁연합’(가칭)은 3일 오전 중앙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신고서를 냈다. 정치개혁연합으로부터 참여를 제안받은 민주당은 비례 정당에 합류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와 같은 플랫폼 정당이 구성될 경우 민주당 소속 비례 후보는 나오지 않는 대신 비례 후보를 플랫폼 정당에 '이적'하는 방식이 된다. 이와 관련해 한 청년 비례 후보는 "방식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청년민주당을 만들어서 후보를 옮기는 방법도 지도부에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현실적 문제는 남는다. 플랫폼 정당이 오는 16일까지 중앙선관위에 비례대표 공천방식을 제출하고 26~27일까지 비례 후보를 등록해야 해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례 정당의 당선권이 20석이라 본다면 어느 당 후보를 앞번호에 배치할 것인지 이견이 난무할 것이어서 단시간 내에 조율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