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0번째 확진자 찾기' 헤매는 유럽…그 사이 지역 감염은 두 배 껑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주 라이겔리아의 한 호텔에서 1일 의료용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로 사망한 87세 여성의 시신이 담긴 관을 옮기고 있다. 이 여성은 단체로 신종 코로나가 확단되고 있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를 여행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집단 격리 시설로 이용 중인 지역 한 호텔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주 라이겔리아의 한 호텔에서 1일 의료용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로 사망한 87세 여성의 시신이 담긴 관을 옮기고 있다. 이 여성은 단체로 신종 코로나가 확단되고 있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를 여행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집단 격리 시설로 이용 중인 지역 한 호텔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700명에 육박하고 독일 및 프랑스에서도 확진자가 하루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유럽 국가 내 지역감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유럽 각국은 지역감염의 시발점인 '0번째 확진자(공식 확인된 첫번째 확진자를 감염시킨 사람)'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유럽연합(EU)도 신종 코로나 관련 경계 태세를 높였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관련 위험 수준을 '보통'에서 '높음'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EU의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건강·식품안전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오전을 기준으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8개국에서 2천1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으며, 이로 인해 사망한 EU 시민은 38명이라고 설명했다.

◇골든타임 놓친 伊…'0번째는 미스터리'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당국은 북부 롬바르디아주 코도뇨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38세 남성의 감염경로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남성은 중국을 여행한 경험이 없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지만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뒤 해당 지역 내 대규모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이 이탈리아 당국은 지역감염 확산의 시초가 됐던 이 첫 번째 확진자에 대한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남성은 지난달 14일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했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16일, 18일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중국 여행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한 채 36시간 동안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과정에서 병원 직원, 가족, 친구와 자유롭게 만났고, 확진 판정 후에도 즉각 격리되지 않은 채 해당 병원에 3시간이나 더 머물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병원 관계자 역시 자가 격리 대신 응급실 근무를 계속했음이 드러나 이 과정에서 기하급수적인 감염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피아첸차 병원 앞에 마련된 응급텐트에서 지난달 27일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피아첸차 병원 앞에 마련된 응급텐트에서 지난달 27일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따라 1일(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에서는 1694명의 확진자가 발생, 이 가운데 34명이 사망하면서 한국보다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독일, 첫 확진자 호흡기 치료…역학 조사 미완 

독일 당국 또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에서 발생한 첫 확진 남성(47세)이 이미 위중한 상태로 호흡기 진료를 받고 있어 이 남성의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보도했다.

 옌스 슈판(왼쪽) 독일 보건장관이 26일 베를린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옌스 슈판(왼쪽) 독일 보건장관이 26일 베를린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NYT는 "이 남성이 지난달 24일 처음 병원에 입원해 25일 확진판정을 받았는데, 입원 당시 이미 14일의 잠복기가 모두 지난 상태였다"며 "(주변인에 대한 감염를 모두 일으킨 뒤라)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 남성도 이탈리아나 중국 등 신종 코로나 위험국으로의 여행 이력이 없으며, 기타 다른 확진자와의 접촉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독일에서는 1일 하룻동안 확진자가 두 배로 증가해 117명의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이 남성이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6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지역에서는 어린이 확진자도 4명이나 발생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도 2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해버린 프랑스 지역감염 확진자 '난감'  

프랑스의 경우 지난 1월 24일 처음 자국 내 확진자 3명이 나왔지만, 이들은 모두 중국에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감염 경로 추적이 가능했다. 지난달 14일 발생한 프랑스의 첫 신종 코로나 사망자도 중국 후베이(湖北)성 출신의 80세 중국인 관광객 남성이었고, 당시까지 17명이었던 확진자 모두 감염 경로가 어느정도 파악됐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파리 시내의 라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종합병원에서 60세 프랑스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 치료를 받다가 숨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학교 교사였던 이 남성은 중국이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남성이 숨지면서, 남성의 감염 경로는 더욱 알 길이 없어졌고 지역감염 위험성에 경고등이 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네번째)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파리 시내 라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종합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독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네번째)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파리 시내 라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종합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독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 남성이 숨진 뒤 나흘 후인 지난 달 29일 이 병원을 찾아 "이미 우리 지역에서 많은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다 철저하고 긴밀한 대응을 의료진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1일 기준 13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밖의 유럽 국가의 확진자 수는 △영국 36명 △스페인 73명 △오스트리아 10명 △크로아티아 7명 △핀란드 6명 △스웨덴 13명 △스위스 18명 △벨기에 1명 △덴마크 4명 △그리스 7명 △북마케도니아 1명 △노르웨이 17명 △루마니아 3명 △네덜란드 7명 △체코 3명 등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