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원 권고에도 암암리 운영···학원 강사는 여고생 감염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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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재 코로나 19 환자 30명이 발생한 온천교회. 송봉근 기자

1일 현재 코로나 19 환자 30명이 발생한 온천교회. 송봉근 기자

부산에서 학원 강사에 의해 학원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 조치로 일선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상당수 학원은 문을 닫지 않고 수업을 한다. 학원이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에서 학원생인 여고생 확진돼 #앞서 다른 확진자와 수업 등 접촉 #“학원들 수업”…추가감염 우려돼

2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70번 확진자(18세 여고생,연제구)는 54번 확진자인 영어학원 강사(27세 남성)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54번 확진자는 지난달 25일 동래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학원에서는 최초로 36번 확진자(28세 여성,동래구)가 발생했다. 36번 환자는 지난 2월 10~20일 사이 온천교회 관련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천교회는 지금까지 30명의 환자가 발생한 곳이다.

결국 36번 확진자는 학원 동료인 54번 확진자와 접촉하고, 54번 확진자는 학원생인 70번 환자와 접촉해 감염됐다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 조사 결과 이 학원생은 지난 17일과 22일 부산진구의 학원에 등원해 수업했다. 이 과정에서 강사인 54번 확진자 접촉한 것이다. 54번 확진자는 학생 12명과 접촉한 것으로 조사돼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교사 등이 확진자로 판명나면서 문을 닫은 수영초등교 병설유치원. 송봉근 기자

교사 등이 확진자로 판명나면서 문을 닫은 수영초등교 병설유치원. 송봉근 기자

여고생인 70번 확진자는 지난 26일부터 자가격리 중이던 지난달 28일 저녁 몸살과 두통 등 증상이 있어 연제구 보건소를 방문, 검사를 받은 결과 지난달 29일 확정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 여고생은 지난달 18일 학교에 가서 2학년 교실에서 급우들과 교실 모임을 가진 후 3학년 반편성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학교의 접촉학생과 교사 등 44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여고생은 또 지난달 23일 동래구의 모 학원에도 등원한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접촉자를 확인하고 있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은 1일 브리핑에서 “학원에서 감염된 여고생은 학교에서 동선 노출 시간이 크지 않다. 집단발병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초·중·고교는 지난달 24일부터 휴업 중이며, 2일로 예정된 개학도 일주일 연기됐다. 교육부가 지난 23일 학교 개학연기방침과 함께 사설학원도 휴업해줄 것을 권고한 상태지만 학원은 암암리에 운영 중인 것으로 교육청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학원이 학원비 환불 등의 문제로 수업을 계속하더라도 현행법으로 학원을 강제로 휴원시킬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학원이 감염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언론 지적에 오거돈 부산시장은 1일 “조금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9일로 연기된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개학일에 더해 2주간 더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원이 휴원했을 때 입을 피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시·도 교육감이 정부에 이미 건의한 거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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