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코로나 담당 공무원, 숨진채 발견 "업무 힘들다고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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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한 가운데 2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유치원에서 교사가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휴원한 가운데 2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유치원에서 교사가 휴원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지원 업무를 맡던 전북 전주시 40대 공무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주시가 코로나19 비상 체제로 돌아가면서 과로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총무과 소속 보건소 등 현장 지원 #아내 "남편, 업무 늘어 힘들다 토로" #경찰, 국과수 부검 의뢰 예정

27일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전주시 총무과 소속 7급 공무원 A씨(43)가 이날 오전 1시 11분쯤 완산구 효자동 자택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전 2시쯤 숨졌다.

A씨 아내는 경찰에서 "책을 읽다가 남편이 있는 방에 가 봤더니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 사이엔 9세 아들 하나가 있다.

전주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전주에서 전북 지역 두 번째 확진자(28세 남성)가 나오면서 전주시 전체가 코로나19 비상 체제로 바뀐 이후 매일 오후 10시 넘어 퇴근했다. 숨지기 전날도 오후 11시쯤 근무를 마치고 귀가했다고 한다. A씨는 최근 아내에게 '코로나19 비상 상황 때문에 업무가 늘어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 1월 공직에 입문한 A씨는 전주시 자치행정과와 총무과 등에서 근무해 왔다. 현재 총무계 소속으로 복무 관리, 청사 방호, 각종 행정 지원 등의 업무를 맡았다. 지난 2014년에는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자치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온 전주시 동료들도 슬픔에 잠겼다. 전주시 관계자는 "A씨는 코로나19 상황실과 보건소 등에 인력과 물품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총괄했다"며 "정확한 사인은 모르지만 과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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