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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이정은, 깨고 깨며 이어 온 배우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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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이정은/ 20191204

권혁재의 사람사진/ 이정은/ 20191204

“제가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요. 이리 사진 찍혀 본 적도 없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시면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볼게요.”
기자의 카메라 앞에 선 배우 이정은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한 말이다.

권혁재의 사람사진/ 이정은/ 20181008

권혁재의 사람사진/ 이정은/ 20181008

2018년 10월이었다.
그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 역할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신들린 연기로 시청자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오죽하면 ‘함블리’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
설마 했지만, 그런 그가 실제로 카메라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날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연기를 못해서 28년 동안 해올 수 있었습니다.
게임 같으면 한 판 깨면 끝날 것을,
연기는 깨도 깨도 깰 게 너무 많더라고요.”
그날 ‘사진 찍히는 일’ 또한 그에겐 깨야 할 그 무엇이었다.

2019년 12월, 두 번째로 그를 만났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조연상,
영화 ‘기생충’으로 춘사·부일·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아
각종 상을 휩쓸고 있을 때였다.
그날 함께 사진 촬영할 기자가 10여명 남짓이었다.
늘어난 사진기자 수만큼 그의 위상이 1년 만에 달라진 게다.
더구나 많은 기자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권혁재의 사람사진/ 이정은/ 20191204

권혁재의 사람사진/ 이정은/ 20191204

“가죽 재킷 입으니까 주윤발 같지 않나요?”라며 농담까지 건넸다.
지난해 카메라 울렁증을 스스로 깬 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농담에도 의미가 있었다.
‘지하철 타고 다니는 주윤발처럼 일상 속 배우가 되자’는 의미였다.

최근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 ‘기생충’ 팀과 함께 섰다.
‘깨고 또 깨며 이어 온 30년 배우 인생’이 거기에 서 있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