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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나들이 기분 좋다”던 50대…부산 후송 2시간 만에 숨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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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갑자기 증세가 악화해 숨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두 번째 사망자인 경북 청도대남병원 환자 55세 여성 A씨와 경주시 사망자 40세 B씨가 그런 경우다.

확진자 갑자기 증세 악화 잇달아 #대남병원 환자, 구급차서 악화 #경주 사망 40대도 전날까지 야근 #동료들 “기침만 조금 했을뿐인데”

A씨는 확진 판정을 받고 발열에다 폐렴 증세가 있어 21일 오후 4시쯤 부산대병원으로 후송됐다. 2시간여 만에 부산대병원에 도착한 후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 심폐소생술을 하다 30분 만에 숨졌다. 청도군과 보건 당국에 따르면 A씨는 대남병원을 떠나기 전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이날 5층 병실에서 병원 직원의 부축을 받고 엘리베이터까지 가서 1층으로 내려왔다. 대기 중이던 이송용 침대에 앉아서 주변에 인사를 나눴다. 10여 년 동안 바깥 나들이를 못하다 처음 나온 터였다. 그는 “바깥 나들이를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빨리 갔다 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의료진과 직원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떠났다.

보건당국은 A씨에게 폐렴 증세가 있고 열이 나서 큰 병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보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열이 나면 중증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대남병원에서 빼 큰 병원으로 보낸다”며 “A씨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으면 거리가 먼 부산대병원으로 보냈겠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구급차를 타고 가다 상태가 악화했고,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유명을 달리했다. 보건당국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특성이 아직 많이 드러난 게 없지만 A씨처럼 갑자기 병세가 악화하는 경우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2일 브리핑에서 “A씨의 기저질환(환자가 앓아온 병)은 정신질환이었고, 사망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에 따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사망자 B씨도 별다른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사망 전날까지 경주에 있는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 20일 오후 4시부터 21일 오전 1시까지다. 당시 A씨를 본 동료들은 “기침만 조금 했을 뿐 죽을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데다 평소 고혈압 약만 먹었다. 12일과 14일엔 의원을 찾았지만 각각 기침 약과 기관지염 약만 처방받았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원 의료진과 전문가로 구성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갑자기 악화하는 코로나19의 특성을 내놓은 적이 있다. 위원회가 코로나19 확진 환자 9명을 분석했더니 폐렴이 갑자기 악화해 증상 발현 초기에는 X선으로 잡아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정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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