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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태근, 복직 3일만에 사표 "평생 檢생각, 역할 다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3일 복직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검찰로 복직했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다시 검찰에 사표를 냈다. [뉴스1]

지난 13일 복직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검찰로 복직했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다시 검찰에 사표를 냈다. [뉴스1]

2017년 5월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 뒤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로 면직 처분됐던 안태근(54)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복직한지 3일만인 20일 다시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직소송 승소 뒤, 20일 다시 사표내

안 전 국장은 지난 13일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면직취소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하며 17일 검찰로 복직했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안 전 국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평생 검찰만을 생각하며 일했지만 이제 더 이상 내 역할은 없는 것 같다"며 사표를 냈다고 한다. 안 전 국장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검찰을 떠날 때가 됐다. 더이상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안태근, 이영렬 모두 복직 뒤 檢떠나 

안 전 국장과 같은 이유로 면직 처분된 뒤 승소해 앞서 복직했던 이영렬(62)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지난해 1월 복직 하루 만에 사표를 내며 "저와 같은 사례가 다신 없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법무부와 소송까지 벌이며 복직한 두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에겐 상징적인 복직만 남은 셈이 됐다.

'돈 봉투 만찬'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2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가 내려진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돈 봉투 만찬'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2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가 내려진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돈 봉투 만찬 사건은 2017년 4월 이 전 지검장 등 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검사 7명과 안 전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돈 봉투가 오간 사건이다. 당시 안 전 국장은 특수본부 검사 6명에게 격려금 차원에서 70만∼100만원이 든 봉투를,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를 각각 건넸다. 격려금은 모두 수사를 위해 배정된 특수활동비에서 나왔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 지시를 했고, 두 사람은 한 달 만에 면직 처분됐다. 안 전 국장과 이 전 지검장은 모두 당시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권 초기 대통령의 힘이 가장 셀 때 법무부가 납작 엎드린 사건이었다. 여론에 휩쓸려 무리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은 주변 인사들에게 "3년 전 낸 사표를 다시 낸 것 뿐이다. 그때부터 현 정부의 검찰에서 내 역할은 없어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2018년 7월 16일 안태근 전 검찰국장(왼쪽)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지현 검사(오른쪽)의 모습. [뉴스1]

2018년 7월 16일 안태근 전 검찰국장(왼쪽)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지현 검사(오른쪽)의 모습. [뉴스1]

안태근 복직 승소날 서지현도 복직 

안 전 국장의 복직소송 최종 승소날인 13일은 공교롭게도 안 전 국장에게 성추행 뒤 인사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한 서지현(47) 부부장 검사가 휴직 뒤 법무부로 복직한 날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또한 지난 1월 9일 서 검사에 대한 인사보복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안 전 국장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판결 열흘 뒤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에서 서 검사를 법무부 양성평등 업무 담당으로 발탁했다. 정식 직제가 아닌 특별 파견 형식이라 검찰 내부에선 서 검사를 위한 '원포인트 인사'란 말이 나왔다.

서 검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복직 이유 중 하나로 "대법원 판결 뒤 나에 대한 앙갚음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기는커녕 피해자에게 되갚으려는 생각을 하게 놔두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국장과 함께 검찰에서 일했던 한 변호사는 "안 전 국장은 앙갚음을 할 생각도, 또 그럴 힘도 없는 상태"라며 "서 검사의 말이 맞다면 안 전 국장이 왜 검찰을 떠나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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