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 차하 2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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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5일 경복궁 근정전 뜰에서 열린 본사주최 제9회 중앙시조백일장 대학·일반부와중·고등부 차하작 2수를 싣습니다. 독자시조는 오늘 쉽니다.<편집자주>

<대학·일반부>
최용수<부산시 남구 대연4동 1174의103>

<근황>
I
어둠이 고요를 품고
저만치 거는 빗장
장닭이 울기까지
그 얼마나 그리웠나
온누리
둘레 둘레에 한을 한데
모아 놓고
보라 옳고 그름이
함께 뵈는 이 땅위에
그 숱한 껍질을 벗고
흰 옷자락 펄펄 날려
아 여기
신명 난 춤사위
슬기롭게 사는 법을
풀꽃들이 일어서는
찬란한 동이 트면
빛보라 휘장을 둘러
어깨춤을 추는 쇠북
부활의
가을 하늘로
너를 안고 가려 한다.

<중·고등부>
김금희<서울 영란여상 1년>

<고향 들녘>
기차는 바퀴 돌려
시간을 거스르고
세상은 뒤로뒤로
뒷걸음 쳐가는데
개울 옆 버드나무는
옷고름을 매만진다
모두들 어지러이
모습을 잊어가도
예전의 네 모습을
고이 간직하기에
가을은 네 가지에만
둥지를 트는 걸까
어둠은 소리 없이
시간을 덮어가고
귀뚤이 날개 깃에
음률이 돋아날 때
너만이 호올로 서서
옛이야기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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