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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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간 뒤 폐허로 변해버린 대구 신천을 이번 기회에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콘크리트 옹벽으로 자연스런 물길을 막고 더 많은 시민휴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둔치를 과잉개발하는 등의 인공하천 형태로는 연례적인 대형 수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천은 이번 태풍으로 10㎞에 이르는 호안둔치와 잠수교 3곳이 유실되고 둔치 위의 많은 시설물들이 파괴돼 모두 39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대구시의회는 신천 시민공원의 복구사업과 관련, 수해로 인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유실-복구 등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복구방향을 정했다.

이덕천 의원(건설환경위)은 "예산이 더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신천을 스스로 자연재해를 흡수할 수 있는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회복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태풍피해에 대한 응급복구가 마무리된 뒤 시 집행부가 신천복구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제출해 오면 이같은 문제 제기를 본격화 할 방침이다.

이 의원은 "구체적인 방안은 연구용역 등을 거쳐야 하겠지만 우선 물길을 크게 늘려주고 콘크리트 호안을 돌망태로 바꾸는 것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문찬 시의회 건설환경위원장도 지난 달말 시정질문을 통해 "이번에 피해가 집중된 신천유역은 지난해 태풍 루사때도 피해를 입어 많은 예산을 들여 복구된 곳들"이라며 "아예 신천의 강폭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관련 단체들의 주장은 한층 거세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는 "이번 태풍으로 신천이 화장을 지우고 옛 모습을 되찾은 느낌"이라며 "이번에 드러난 자연하천의 생태계에 인공적인 손질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복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무는 "90년대 후반 신천개발사업으로 전체 강면적의 2/3를 공원으로 조성한 결과 신천은 좁은 하수구로 전락했다"며 "특히 수영장, 테니스장들이 몰려 있는 상동교 구간에서는 물길의 병목현상으로 해마다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이번 태풍으로 확연히 드러난 신천 본래의 물길을 되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신천이 복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괴된 콘크리트 옹벽을 제거해내면 자갈과 돌 등이 물길을 따라 자연의 호안을 형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구시도 이번 기회에 신천의 물길을 최대한 넓혀주는 방향의 복구를 계획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달부터 구체적인 용역작업에 들어가지만 기본적으로 유속이 심한 지역의 하천 단면을 크게 넓히고 둔치공간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기환 기자

사진= 조문규 기자

<사진설명>
태풍 매미로 피해를 본 대구 신천을 복구 과정을 통해 자연친화형 하천으로 되살리기 위해 물길을 넓히고 인공구조물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태풍 매미로 구조물이 파손된 신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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